세월호 500일 그리고 12,000시간. 여섯 번의 계절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불쑥 가슴에 찾아오는 4월 16일 그날의 아픔과 슬픔.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저 차가운 바닷물 속에 그대로 잠겨 있고,

세월호 인양은 시작되었지만 정보가 차단돼 온전한 인양을 장담할 수 없으며,

정부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번번이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포기를 모르는 법. 끈질기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며,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500일 동안 세월호를 심장에 품어온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8월 29일 토요일, 서울역에서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온종일 이어진 

'세월호 참사 500일 국민 추모제'를 사진으로 돌아봅니다.  



'세월호 참사 500일' 전국 방방곳곳에서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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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모자, 노란 손수건, 노란 풍선, 노란 현수막, 노란 나비, 노란 종이배...

세월호 참사 500일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방방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만든 노란 물결이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늦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아스팔트를 달구어 땀방울이 흐를 정도로 더웠지만,

우리 이렇게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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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3년 상을 치르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유가족 분들께 용기를 드리자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 400명입니다.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광주시민상주모임 김선임씨)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음성, 제주, 인천, 경기, 서울 등 전국에서 모인 

3,00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힘차게 박수를 쳐줬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 해외 교민들이 보내온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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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00일 국민 추모제'는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와 

유가족이 활동하는 '4.16 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렸습니다.

4.16연대는 긴 호흡으로 힘 있는 행동을 이어가기 위해 회원가입을 받는 데요,

이날도 서울역 광장 한쪽에서 많은 사람이 4.16연대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끈질기게 살아 움직이는 핏줄 같은 연결망, 

그런 결집체가 삶의 곳곳에서 커 나와야 우리 자신의 힘도 커질 것입니다. 

나로부터 좋은 삶을 시작하는 한 걸음, 그것은 희망의 모임과 단체들을 

북돋고 후원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요. 

4.16연대 회원가입하러 가기




보상이 아닌 진실을, "잘 보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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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를 시작하며 304명의 희생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유난히 파랗던 저 하늘 위까지 우리의 마음이 가닿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어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304명의 희생자를 떠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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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3반 '예은이 아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6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들이 

힘을 모아주셔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1년 후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금은 밝혀져서 

서로 수고했다고 함께 인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무자비하게 진상 조사를 방해하고 있으니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마음입니다."


"유가족에게 왜 보상도 싫다고 하고 다 싫다고 하냐고 묻습니다.

저도 예은이를 잘 보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진실을 밝혀달라는데

밝혀주지 않으니 아직도 예은이를 끌어안고 보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슬픔을 위로하기는커녕 빨리 잊으라고 하기에 급급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틸 것입니다. 그들보다 1분만 더 기억하고 잊지 않으면 됩니다.

그렇게 우리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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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아니라 진실을 달라, 그래야 아이들을 하늘로 고이 보내줄 수 있다고

눈물을 억누른 말을 이어간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세월호 500일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고 힘을 모으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며 

밤새 잠 못 이루고 오늘을 맞았습니다. 5년, 10년 안 되면 대를 이어서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지쳐서 주저앉더라도 끝까지 가겠다고 

서로 힘을 보태며 우리 이 자리에 함께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잊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감사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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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3반 희생 학생 가족들이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부모들의 손에는 커다란 카드가 들려 있었고, 거기에는 아직 저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 양, 허다윤 양, 남현철 군, 박영인 군,

단원고 교사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일반 승객이었던 이영숙씨 그리고 아빠 권재근씨와 아들 권혁규 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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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9명의 유실 방지를 위해 희생자 가족은 수중 촬영 등으로 

물속에 잠겨 있는 세월호 선체를 살펴보기를 바랐지만 정부는 이를 가로막았습니다.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과 시작한 인양 작업 현장에도 유가족의 접근을 금지했습니다.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 것인지, 무엇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인지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은 가슴이 타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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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3반 '윤민이 엄마' 박혜영씨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가끔은 힘들고 지쳤지만 아이들이 생각나고 미칠 듯이 보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 싸움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우리를 잊지 말라달라고,

꼭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이 공연의 주제는 '감사'입니다

500일 동안 잊지 않고 함께 싸워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실이 규명되는 그 날까지

함께 해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거리를 물들인 노란 리본과 종이배, "세월호를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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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의 추모제가 끝나고 광화문 세월호 광장까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안전사회 실현하자"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한 발 한 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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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00일 국민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직접 피켓을 만들어 온 이들이 많았습니다.

영어로 만든 피켓, 미수습자 9명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피켓, 손글씨로 직접 쓴 피켓 등 

각양각색의 노란 피켓들과 노란 풍선이 거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란 물결과 함성이 가득했던 이 날, 이렇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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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있는 희생자 학생들에게 쓴 편지를 종이배로 접었습니다.

삐뚤삐뚤 하지만 또박또박 어린 동생들이 직접 쓴 편지입니다.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요" "힘내세요, 울지 마세요, 밥 굶지 마세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 마음이 온 거리에 출렁이도록 지나가는 나무마다 매달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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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좋은 젊은이들부터 마음만큼은 낡아지지 않은 어르신들까지

세월호 참사를 오래오래 기억하자는 마음 담아 현수막도 내걸었습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키 작은 아이들도 이 노란 리본을 보라고 

무릎을 꿇고 낮은 풀목에도 세월호 리본을 매달아 봅니다.




따뜻한 우정과 깊은 위로를 나누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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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을 마치며 드디어 도착한 광화문 세월호 광장. 

나눔문화 연구원들과 나누는 학교 채원이를 반갑게 맞아준 세월호 유가족 어머님들.

어머님들은 22일부터 시작된 추모주간 동안 안산에서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추모행사를 여는 강행군을 했지만 기운은 맑고 평온했습니다.

우리 모두 고생 많았다고, 고맙다고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말로 다 표현 못 하는 마음은 포옹으로 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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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 광장은 차분한 분위기였고 끊임없이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교복 입은 학생들, 수녀님들, 양복 입은 직장인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분향소를 찾아 흰 국화꽃을 바친 사람들.

추모객을 맞는 유가족 어머님들의 눈가에도, 추모객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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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옆에는 미수습자 조은화 양과 허다윤 양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교복, 슬리퍼, 운동화, 책가방, 달력,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두 소녀가 생전에 살았을 것만 같은 방 안에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부터 왈칵 쏟는 사람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온 어머니들은 더욱 숙연한 모습으로 공간을 둘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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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 내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품었던 자리.

"정부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대통령 한 명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도 무언가를 절실하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렇게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의 슬픔과 아픔을 통해 

'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 삶의 다짐을 다져가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기억할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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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추모 합창 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박노해 시인의 시 <이별은 차마 못했네>가 낭송 되었습니다. 

500일이 지나도 앞으로 5,000일이 지날지라도 가슴 아린 사랑,

시 구절 하나하나가 아직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만 같았습니다.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도 다 못했는데 이별은 차마 못하겠네

웃다가도 잊다가도 홀로 고요한 시간이면

스치듯 가슴을 베고 살아오는 가여운 내 사랑

시린 별로 내 안에 떠도는

이별 없는 내 사랑 안녕 없는 내 사랑"

시 전문보기 <이별은 차마 못했네>, 시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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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을 위해 다 함께 마음을 모아온 '평화의 나무' 시민 합창단,

'마을' 어린이 합창단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은 한 달 반 동안 매주 월요일 합창 연습을 하며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음 추스르며 이겨온 시간으로 빚어낸 노래는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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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오늘 500일을 함께 맞이한 시민들의 다짐을 영상으로 나눈 시간.

"여기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 보이더라도,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보이지 않는 이들은 훨씬 많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수습자 혁규가 7살인데 제 아이랑 같은 나이에요.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500일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해온 사람들.

앞으로도 우리 이렇게 잡은 손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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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성호 아빠' 최경덕 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전국에서 100곳 넘는 곳에서 매주 매월 촛불을 들고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유가족도 아이들이 돌아오는 금요일이면 안산에서 피켓을 듭니다. 
유가족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 사람들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 살아가야 할 목적을 만들어주시고 힘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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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가 끝나고 광화문 광장에는 어둠이 내렸습니다.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하루 저 아이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행복했다면 좋겠습니다.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 그리고 진행과정의 투명한 공개,  
명확한 진상규명, 세월호 특조위의 정상적 활동 보장, 구속자 석방 등 
앞으로 우리가 조금씩 한 발씩 넘어서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길어지고 어려워질 싸움. 그러나 이날 우리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면서 
오랫동안 함께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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