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p_교과서메인PNG.png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가 "구국의 혁명"이라며 했던 말입니다. 그의 말은 이제 수백 만 촛불의 함성으로 되돌아와 준엄하게 묻고 있습니다. 무엇이 역사 왜곡인가? 우리가 기억하고 물려주고 싶은 역사는 무엇인가? 일제순사 최태민, 친일독재 박정희, 공안검사 김기춘·우병우·황교안, 반공수구 새누리당, 정경유착 재벌까지, 촛불은 지난 70여 년간 군림해온 '악의 뿌리'를 드러냈습니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좌절부터 과거청산 한번 하지 못한 이 나라가 드디어 과거의 악령을 걷어낼 기회를 맞은 것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의 죄악을 지워버린 역사 국정교과서 발행을 강행하려 했고, 국민은 촛불의 힘으로 교육부를 압박하여 국정교과서 채택을 1년 유예시켰습니다. 사실상 정권 교체가 되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나, 완전 폐기를 이룰 때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입니다.  



친일·독재·재벌 미화의 국정교과서 

지난해 11월 28일, 국정교과서 검토본이 공개됐습니다.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국정교과서는 한마디로 '친일·독재·재벌 미화'의 비정상 교과서였습니다. 기존의 검정교과서와 비교하면, 친일행위의 구체적 내용 및 친일파들이 미 군정 하에서 반공으로 갈아탄 뒤 사회 요직을 차지한 사실이 삭제됐습니다. 지난해 '한일 위안부 굴욕 합의'를 의식한 듯, 위안부 관련 내용도 대폭 삭제됐습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분량은 다른 대통령들보다 최대 8배, 경제 성과만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군부독재와 정경유착에 대한 공정한 평가는 거의 없습니다. 5.18 광주항쟁의 내용은 대폭 축소됐으며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사실 또한 삭제됐습니다. 국정교과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기억과 단죄'가 아닌 '망각과 왜곡'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건국절' 논란 

국정교과서 문제의 핵심은 '건국절' 왜곡입니다.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대해 기존 검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했다"고 했지만 이번 국정교과서는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로 바꿨습니다. '정부'가 아닌 '국가' 수립으로 해석할 여지가 큽니다. 그러나 헌법은 대한민국이 세워진 시기를 1919년 3.1운동 직후 건립된 상해 임시정부 수립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정통성, 즉 '통치의 정당성'을 항일 독립운동가들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의 건국절 주장을 받아들이면, 이승만 정부에 합류했던 친일 인사들도 건국 공로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친일파 처단 및 좌우합작 통일 정부 수립을 끝까지 주장했던 독립운동가들의 공로는 지워지고 맙니다. 이는 과거 '청산'도 하지 못한 채 과거를 '삭제'하고 마는 것입니다.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계승하고자 했던 유구한 저항의 역사가 영영 단절됩니다. 전 세계의 저항운동과 함께 호흡하며, 조선 독립과 정의를 위해 싸우다 스러져간 무수한 선령들의 간절한 염원이 과거와 미래에서까지 지워지고 마는 것입니다.  



8p_정봉준.jpg

일본군에 의해 서울로 압송된 동학 혁명군의 지도자 전봉준 장군


8p_교과서-2.jpg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조선의 민중들


8p_교과서-3.jpg

1945년 11월, 임시정부가 중국을 떠나며 찍은 사진. 가운데 앞줄에 김구 선생.



사라진 30년, 삭제된 '저항의 역사'  

지금의 '촛불 혁명'과 같은 전 국민 저항운동은 우리 역사에서 도저히 흐릅니다. 1894년 조선 왕조 말, 인구의 1/4인 300만 명이 '이게 나라냐!'며 들고 일어섰던 '동학 혁명'. 일어서면 온산이 흰옷으로 덮이고, 앉으면 손에 쥔 죽창이 빽빽해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었다 전해집니다. 이들은 부패무능한 조선 왕조에 맞서 '시천주(侍天主)', 즉 '사람이 하늘이다'라며 기존의 신분질서와 기득권을 뒤흔들었고, '보국안민(輔國安民)'과 '척왜척양(斥倭斥洋)'을 내걸고 외세 침탈에 저항했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수천 년 지속된 '왕정'을 종식하고 외세로부터 자유로운 '민주정'을 최초로 세우려 했던 동학혁명의 염원은 피묻은 씨알로 이 땅에 심겼습니다. 3.1운동의 '기미독립선언문'을 발표한 민족대표자 33인 중 대다수가 동학과 연이 깊었고, 이들로부터 임시정부가 태동했습니다. 그리고 임정의 주축은 무장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사회주의 혁명가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정통성을 가져가는 순간 그 존재가 부정되는 자들, 분단에 기댄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친일친미 수구 세력들은 필사적으로 임정을 거부하고 건국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1919년과 1948년 사이 30년을 지움으로써, 동학혁명까지 이어지는 이 땅의 오래된 저항의 역사를 삭제하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폐기,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 
"어제의 죄악을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알베르 카뮈)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어떤 죄악과도 타협하지 않는 문화를 세워가야 합니다. 친일 독재 세력뿐만이 아닙니다. 새만금 간척, 4대강 토건 공사, 설악산 케이블카, 핵발전소 등 무분별한 개발 사업자들 그리고 '경제적 살인'의 구조악을 양산한 이들에게도 그 책임을 끈질기게 물어야 합니다. 그 청산의 기록 옆에는 우리가 이어가야 할 기억을 함께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순국선열들의 통일민주 국가의 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함께 사는 세상의 꿈, 故 백남기 농민의 생명평화의 꿈, 세월호 유가족의 안전한 나라의 꿈 등 그 간절한 염원들을 품고 한 발, 한 발 역사의 페이지를 채워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 땅의 오래된 저항의 기억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사랑하는 후대에 물려주면 좋겠습니다. 

 

글 | 윤지영 글로벌평화나눔 팀장




46cec26fcfa349b303f5859ffa43f034.jpg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6년 11-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기타 [나눔문화 소책자 신청하기] '작은 책 한 권... 나눔문화 2014.10.13 72874
1347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악인 152명 발언과 명단 new 나눔문화 2017.04.27 3
1346 세월호 진상규명 4.16 그날, 세월호 의인들 new 나눔문화 2017.04.27  
1345 세월호 진상규명 [현장 인터뷰] 세월호가 올라오던 날, 목포신항에... new 나눔문화 2017.04.27 2
1344 민주주의 지키기 박근혜-이명박 9년, 12대 청산과제(2) new 나눔문화 2017.04.26 15
1343 민주주의 지키기 박근혜-이명박 9년, 12대 청산과제(1) new 나눔문화 2017.04.26 26
1342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 3주기 10만 촛불집회 "진상규명, 적... 나눔문화 2017.04.16 196
1341 세월호 진상규명 [추천기사] 찢기고 뚫린 세월호 인양 이후 나눔문화 2017.04.04 392
1340 세월호 진상규명 [3.25 촛불집회] "세월호 인양하고 박근혜 구속하라" 나눔문화 2017.03.26 501
1339 나눔뉴스 [생각뉴스] 설민석, 민족대표 33인의 "룸살롱 낮... 나눔문화 2017.03.17 229
1338 민주주의 지키기 [3.11 촛불집회] 박근혜 파면 촛불 혁명 승리 <br... 나눔문화 2017.03.12 362
XE Login
나눔문화 후원회원님께서는 로그인 하시면
회원정보수정, 후원금영수증 발급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없이도 사이트 이용과 글쓰기는 가능합니다.
자세한 안내 보기


후원회원 ID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