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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노후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시키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위원회는 시민배심원단 수백 명을 꾸려 3개월간의 ‘숙의’ 기간을 통해 신고리 5, 6호기 폐쇄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낼 예정입니다. 이에 원자력계와 보수언론 및 정치인들은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 “세금폭탄, 전력대란”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 시민단체들은 “안전을 위한 선택”, “원전은 비싼 설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논쟁에 혼란은 커지고 있는데요. 이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원자력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원전에 대한 거짓 논리를 반박해온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박종운 교수입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인 그는 13년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근무하며 원전 사고 은폐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온 소신 있는 학자입니다. 그리고 2015년 시민들이 제기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취소 소송에 참여해 2017년 2월, 최종 취소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재판을 통해 원전 수명 연장이 취소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지난 8월 8일, 동국대 경주캠퍼스로 찾아가 원전의 진실과 에너지 전환 등에 대해 박종운 교수와 나눈 대화를 전합니다.


‘에너지 독재’ 바로잡는 과정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어떻게 보시는지요?  
환영할 일입니다.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고요. 기본 방향은 신규 원전 안 짓고 수명 연장 안 하겠다는 것인데,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당장에 큰일 날 것처럼 호도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그런데 현재 방침대로라면 모든 원전이 멈추는 데 60년이 걸립니다. 이것이 ‘탈원전’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느린 것이죠. 실은 ‘슬로우 트랜지션(slow transition)’, 즉 ‘점진적 전환’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부의 입장은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여론을 반영하겠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화 및 소비 감축에 나서겠다는 것인데요. 최근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10년부터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역전됐어요. 문재인 정부도 원전 10기에 대한 예산 50조를 에너지 전환에 투자하겠다는 것이고요. 무엇보다, 지난 40년간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어왔던 ‘에너지 독재’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이 곧 에너지 민주주의의 시작이 될 거라고 봐요. 


‘불법 건축물’ 신고리 5, 6호기

신고리 5, 6호기에 이미 투입된 2조 6천억 원이 아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고리 5, 6호기 폐쇄는 논란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를 낼 때, 고시에 적시되지 않은 미국에나 해당할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를 포함한 원전 10기의 반경 30km 안에 부산, 울산 등 380만 명이 거주하는데도 허가를 내준 것이죠. 이런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은 8기, 인구는 16만 명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피해 규모가 최대 700조 원으로 추산되는데,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380만 명이 대피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사고 시 손실을 생각하면 매몰 비용은 절대 크지 않습니다. 또한 신고리 5, 6호기 지대가 ‘활성단층’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활성단층이 확인되면 건설을 못 하게 되어있는데 이전 정부는 인정하지 않았죠. 만일 현 정부가 이를 인정한다면 정부 권한으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물론 가동 중인 원전도 중지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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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전 수출 시장은 고갈됐다”

신고리 5, 6호기를 폐쇄하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수출길이 막힌다고 주장하는데요.  
원전 산업의 전체 종사자가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3만 5천여 명입니다. 지난 10년간 증가한 일자리는 10%에 불과해요. 그런데 원전 2개 안 짓는다고 1만3천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건설 노동자를 제외하면 정규직으로는 수백 명 정도일 것입니다. 원전 수출이 막힐 거라는 주장 또한 거짓입니다. 올해 초 러시아 원자력 회사 부국장이 “원전 산업의 수출 시장은 다 고갈됐다”라는 중요한 발언을 했어요. 미국에 100여 기의 원전이 있는데 2050년이면 절반으로 줄어들 겁니다. 짓고 있는 원전 4기 중 2기를 중단했고, 나머지 2기도 중단이 예상됩니다. 11조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죠. 중국, 러시아, 인도만 원전을 확대하고 있는데, 중국의 기술과 인력은 한국을 넘어섰습니다. 관련 종사자만 20만 명입니다. 주요 원전 국가 중 한국만 독립적 원천 기술이 없어요. 2011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수출이 가능했던 건 최저가 입찰로 우리가 12조 원을 저금리로 빌려줬기 때문인데, 이익도 없는 수출이 의미가 있나요.


한국 원전, 은폐의 역사

원천 기술도 없는 한국 원전, 안전할까요?  
영국과 프랑스의 원전 1기 건설 비용은 10조 원에 달합니다. 한국은 6조 원에 불과해요.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는 80년대 방식이고, 원자로를 둘러싸는 ‘최후의 보루’인 격납 건물도 유럽-미국처럼 이중으로 짓지 않아요. 자동차로 따지면 80년대 엔진에 운전석 에어백만 있는 셈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은폐’입니다. 얼마 전 한빛원전 내부 부식과 구멍에 대한 보도가 있었죠. 작년에 발견됐지만 한수원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부인했죠. 이건 일부입니다. 원전 정비할 때 검사자가 미리 일정을 알려주고, 부품 고장을 못 본 척 지나가고, 경주 지진 규모를 축소하고, 대전에서는 핵폐기물 무단 투기까지 했죠.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안전을 책임집니다. 성실한 분들이 많지만, 일부라도 해이해지면 사고 확률이 커져요. 후쿠시마 참사도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인재가 겹친 참사였어요. 원전 참사는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습니다. 수백 가지 가능성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고요. 그럼 기본이라도 지켜야죠. 


원전의 핵심 문제, 핵폐기물

원전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원전에서는 일상적으로 방사선 기체와 폐수가 나옵니다. 폐수는 고체로 만들어 거른다고 해도, 불활성 기체는 외부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원전 인근의 역학조사조차 제대로 한 적이 없죠. 저는 방사능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고준위 핵폐기물입니다. 10만 년 이상 방사능을 방출하는데, 인간이 기술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0년입니다. 관리가 불가능해요.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면 지하에 2km가 넘는 암반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조사도 안 됐고요. 그래도 원전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어봐야 합니다. ‘지역에서 전기를 쓴 만큼 핵폐기물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원전을 찬성하십니까?’ 그게 지방자치, 민주주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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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국회 탈원전 토론회에 참석한 박종운 교수(왼쪽에서 네 번째)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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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나눔문화와 인터뷰 중 원전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박종운 교수 ⓒ나눔문화



원전, 줄이지 않으면 전기료 폭등할 수도

원전을 줄이면 전력대란이 오고, 전기요금이 폭등할 거라는 걱정도 있는데요.  
신고리 5, 6호기 중단으로 전력대란이 발생할 거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됩니다. 완공해 봐야 전체 전력의 2.5%밖에 안 돼요. 지금도 원전 6기가 멈춰 있고요. 정부 목표대로라면, 2030년에 원전의 전력 생산 비중이 현재 29%에서 20% 정도로 줄어드는데, 1년에 1%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전기료는 1kWh당  2원도 안 오를 거고요. 오히려 원전을 줄이지 않으면 전기료가 폭등할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전기료가 무려 40% 이상 올랐습니다. 전력의 75%나 원전으로 생산하는데, 원전 노후에 따른 보수, 관리비 상승 등으로 원전 운영비를 ‘현실화’했기 때문이죠. 한국 원전 운영도 사실상 적자인데, 정부가 보전해주는 겁니다. 단가를 두 배는 올려야 해요.

원전 발전단가가 너무 싸게 책정된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나 에너지 정책은 ‘전기요금’이 결정해요.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전력생산량’이고요. 그런데 한국은 전기요금도, 전력생산량도 ‘비정상’입니다. 발전설비예비율, 쉽게 말해 놀고 있는 발전소 비율이 너무 높아요. 이 더운 7월에도 34%를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발전소도 전기도 넘쳐나고 있어요. ‘불을 끌 수 없는 원전’과 ‘끄고 켜기 힘든 석탄발전소’ 때문인데, 이 전력생산 비율이 70%에 달합니다. 수요에 맞춰서 발전소를 늘리는 게 기본인데, 늘어난 발전설비로 인해 소비가 늘어났죠.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OECD 8위인데, 전기료는 가장 쌉니다. 


값싼 전기라는 마약에 중독시키다

그러면 앞으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요? 
최근 유럽은 에너지 소비량의 27%를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절반은 ‘절약’으로, 절반은 ‘효율화’로 달성한다는 계획인데 프랑스, 독일의 전기소비량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10% 이상 줄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전기료가 올라서 소비량을 줄였기 때문이죠. 10% 오르면 10% 덜 써요. 이게 정상적인 에너지 정책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전기를 낭비하는 정책을 유지했어요. 국가가 국민을 ‘전기라는 마약’에 중독시킨 겁니다. 한번 싸게 공급된 걸 올리기는 어렵죠. 표에 민감한 정치는 그 중독을 이용해왔어요. 전기를 너무 낭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국제 수준에 맞는 전기료를 감수해야 해요.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얼마나 가능할까요?  
국토 면적의 약 2%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것만으로 현재 34기의 모든 원전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지붕과 주차장, 도로변, 매립해상 등을 다 고려하면 필요한 땅은 전 국토의 2~3%도 안 될 것입니다. 풍력발전까지 생각하면 1% 수준이고요. 관건은 국민적 합의죠.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 자체에 불법 소지가 있습니다

이미 발전소는 넘치고 엄청난 전력이 버려지고 있어요

발전소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민이 발전소의 주인이다

이런 대안도 있는데 탈원전의 길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최근에 이공계 교수 417명이 단체로 탈원전 반대 성명을 냈죠.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원자력계의 모든 수입이 원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기 판매 수익의 일부가 원전 연구비, 홍보비, 개발비 등으로 쓰이고요. 그런데도 전문가들이 정말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을까요? 이권이 개입되어 있기에 결정이 왜곡되기 쉽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배제돼서는 안 되겠지만, 전문가들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죠. 그런데 원자력 업계는 ‘지적재산권’과 ‘보안’을 운운하면서 원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요. 기고하는 정보들도 왜곡돼 있어요. 국민 안전이 가장 큰 보안이고 재산 아닌가요? 또한 원자력계는 다 공립입니다. 공공시설이고 국민의 것입니다. 국민의 의견을 묻고 국민에게 허가받고 투명하게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특히 우리는 에너지에서만큼은 관이 주도했습니다.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지난 40여 년간 원전을 과밀도로 지으면서 단 한 번도 국민의 뜻을 묻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는 찬반의 논리와 정보를 제공해서 국민 뜻을 묻고 그에 따르겠다고 하죠. 국민의 판단력을 믿겠다는 것입니다.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공론화 기간 3개월’, 절대 짧지 않습니다. 핵심은 ‘국민을 믿느냐’에 있습니다. 원전 문제가 복잡하게 느껴져도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국민이 발전소의 주인이다.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원자력계에서 비난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각오한 일입니다. 저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고, 저를 포함해서 원자력 산업이 바로 가기를 바랍니다.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학문은 70%가 비슷해요. 열원이 원자로냐 태양이냐 차이일 뿐이죠. 또 원전 해체 등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깨끗한 에너지 이전에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투명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원자력계는 반대할 때가 아니라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쓸 것인지 함께 고민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 고민을 시작으로, 더 좋은 길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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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7년 7-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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