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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민생경제 위기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민 다수에게는 먼 이야기입니다. 가계부채 급증, 실업과 폐업의 일상화,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화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70여 년간 재벌의 경제독점과 세금감면, 노동착취 그리고 정부의 재벌특혜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로 재벌개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때, 나눔문화는 김태동(71)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찾아갔습니다. 김태동 교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연구와 실천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원로 경제학자입니다. 그가 1998년 김대중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됐을 때 터져 나왔던 재벌들의 반발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노력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는, 재벌의 압력으로 3개월 만에 경제수석에서 퇴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내며 경제민주화에 힘써왔는데요. 그의 목소리는 삶처럼 단호했지만, 미소에는 소년의 모습이 생생했습니다. 지난 2월 12일 서울 종로의 협동조합 ‘문화공간온’에서 나눔문화 회원, 김태동 교수와 5시간에 걸쳐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전합니다. 인터뷰, 정리 | 김재현(사회행동팀장), 임소희(나눔문화 이사장) 


Q. 지난 2월 5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되었습니다. 국민 59%가 재판 결과가 옳지 않다고 보는데요.
촛불 시민에 의해 세워진 정부에서 너무나 가벼운 형벌이 나왔어요. 뇌물 액수를 1/10로 축소한 것도 말이 안 됩니다. 2016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수천 억의 손실을 봤어요. 당시 국민연금 자금운용본부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고 여러 증거가 나왔는데 이 부회장이 전혀 관련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나라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이재용을 이렇게 처벌하면 다른 재벌 총수들은 어떻겠습니까. 헌법 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모든 권력’이란 정치 권력만이 아니라 사법 권력, 경제 권력, 문화 권력, 환경 권력 등을 포함하고 그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겁니다. 헌법에 따르면 사법 권력도 국민에게 있으니, 국민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사법부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아니죠. 

Q. ‘삼성왕국’이라 불리는 현실, 근본 문제는 무엇일까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00조 원, 삼성그룹은 500조 원이 넘습니다. 한 그룹이 코스피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삼성은 그 돈으로 막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판검사, 공무원, 학자, 전문가, 언론인 등 삼성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두 번째 인사부터는 삼성이 싫어하는 사람부터 바뀌었어요. 이 정도면 정말 ‘삼성왕국’이지요. 현행법만 제대로 적용해도 이재용의 경영권 세습은 불가능합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60여억 원을 종잣돈 삼아 7조 5천억 원이 넘는 주식 부자가 됐어요.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1999년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2016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원래 내야 했을 수조 원의 세금을 내거나 실형을 살았다면 세습은 불가능했겠죠. 

Q. 삼성이 바로 서기 위해 어떤 점이 우선되어야 할지요?
‘세습’이라는 ‘악습’을 끊어내야 삼성이 발전합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해요.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나서 그 아들이 애플을 운영하던가요?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이건희, 이재용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5%도 안 돼요. 심지어 총수가 기업 자금을 자기 돈 쓰듯 씁니다. 이런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희, 이재용의 불법 행위를 엄벌해야 해요. 노동부는 삼성 산재 노동자와 무노조에 대해 조사하고, 감사원은 삼성 장학생 고위 관료를 밝혀내고, 국세청은 국외 법인 등 모든 부패를 조사하고,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도둑질을 적발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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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1998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청와대 경제수석 임명장을 받는 김태동 교수 

(아래) 나눔문화 임소희 이사장과 5시간째 열정적인 인터뷰 중인 김태동 교수


Q. 그 와중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추산하건대, 우리 국민은 연간 400조 원 내지는 500조에 달하는 과잉착취와 과잉수탈을 당합니다. 그 방법은 줄잡아도 35가지나 돼요. 중소기업에 다니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예로 들면, 그녀는 남성 임금의 70% 수준인 성차별 착취, 동일 노동 정규직 임금의 60~70%에 불과한 비정규직 착취, 원청 대기업 임금의 50% 수준인 중소기업 착취 등 세 가지 착취를 동시에 겪습니다. 회사의 과잉 이윤 창출을 위한 임금 착취, OECD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 및 산업재해 불인정 착취, 노조탄압 및 4대 보험 착취, 출퇴근 시간 착취, 정경유착 등으로 인한 부패와 불공정 수탈, 독과점을 통한 고물가 수탈, 미세먼지와 바다 오염 등의 환경 수탈, 극우 언론과 가짜뉴스를 통한 정보 수탈, 북한과 적대 공존하는 세력의 평화 수탈, 복지 확대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는 복지 수탈, 10년에 한 번쯤 외국 자본에 당하는 금융위기 수탈 등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 범죄가 있습니다. 2008년 외환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는 위기 자체를 숨기면서 국민을 속였는데요. 잘못된 환율정책과 외환위기 은폐로 외국자본에 뺏기거나 사라진 국부國富가 5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봅니다.

Q. 평생을 촘촘한 착취 구조 속에 살고 있다는 거네요.
여기에 부동산 수탈도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국민들은 연간 200조 원의 재산 피해를 보고 있어요. 부동산 총액이 1경이 넘는데, 그중 9천조 원이 지난 30년간 오른 금액입니다. 연간 300조씩이니 OECD 평균 100조와 비교할 때 200조 원이 비정상적으로 폭증한 거죠. 주택을 구입하거나 구입해야 할 사람들이 수탈당한 금액입니다. 서울 인구 50%가 무주택자인데 많아지고 있어요. 반대로 부동산 불로소득 9천조 원 중, 90%가 상위 10%에게 갔습니다. 또한 부동산은 합법적 탈세 수단입니다. 부자들 땅과 건물의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역대 정부는 거둬야 할 세금의 9할을 안 받는 ‘세금도둑’ 앞잡이 노릇을 했죠. 이렇듯 35가지 빨대로 매년 평균 400조-500조 원의 착취와 수탈이 누적되고 1인당 연간 800만 원, 월 66만 원을 다른 OECD 국가 국민들과 비교해 더 빼앗기고 있는 셈입니다. 금년 65세인 노인은 일생동안 5억 원을 강도질 당했다고 보면 됩니다. 노인빈곤율이 세계 최고인 이유를 아시겠죠. 그 정점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죠. 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이 모든 착취를 할 수 있습니다. 경영능력이 낙제점인 사람이 총수가 되어도 이익이 난다는 뜻입니다. 재벌 총수 일가가 비용을 사회로 전가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Q. 얼마 전 가계부채 총액이 1,450조 원을 넘었습니다. 
걱정입니다. 은행이 연쇄적으로 부실해지는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거품이 꺼져서 집을 내놓으면 집값이 가속적으로 떨어지겠죠. 일본은 1991년 이후 벌써 ‘잃어버린 28년’이 되고 있어요. 당시 일본의 땅값 총액은 GDP의 5배 수준이었는데, 한국은 현재 6배 수준입니다. 그만큼 거품이 있다는 거죠. 부동산 거품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의 짐을 지고 경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거품이 두 배면 임대료도 내 집 마련 기간도 두 배로 늘어나겠죠. 문제는 부동산 양극화에 대한 믿을 만한 통계가 없다는 겁니다. 80년대 후반, 토지공개념위원회가 토지 지니계수를 0.9라고 발표한 게 마지막인데 지금은 더 심하겠죠. 

Q. 부동산 문제, 어떤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값은 정부의 토목예산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강남 한전 부지를 샀는데, 서울시와 국토부가 바로 앞 영동대로 지하에 복합환승센터를 지어준다고 하죠. 세금으로 하는 일인데 빌딩값이 올라갑니다. 롯데타워 부지도 1987년 819억 원에 샀는데 200배 이상 뛰어 신격호 일가에 15조 원 이상의 불로소득을 안겼습니다. 전두환이 부지 매입에 특혜를 줬고, 이명박이 공군참모총장까지 바꾸면서 123층 특혜를 줬죠. 건물이 한 층 올라가면 4미터의 하늘을 팔아버리는 것 아닙니까? 하늘은 공적 자산입니다. 개발이익이 공공부문으로 가야죠. 정부는 그 돈으로 다른 민간토지를 공공토지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남아있는 국공유지를 잘 지키고, 사유지를 수용해서 공영개발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팝니다. 입주자가 주택개발청(HDB)이 지은 아파트를 배정받아 거주한 뒤, 반드시 HDB에 되팔아야 합니다. 분양 프리미엄, 재건축 초과이득도 원천적으로 차단되죠. 그래서 국민 80% 이상이 정부가 제공한 아파트에 살 수 있었습니다. 이승만 시절, 농민이 인구의 80%일 때 농지개혁을 했습니다. 지금 도시민이 90%인데 촛불 정부가 도시토지개혁을 못 할 이유가 없죠.

Q.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촛불혁명 두 해째의 한국경제는 30도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이를 줄이는 과정이 경제민주화입니다. 롤스는 “내 몫에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 정의”라고 했습니다. 경제정의의 90%는 분배 정의입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공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잡아야 해요. 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첫째 소득주도성장, 둘째 혁신성장, 셋째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해요. 가장 중요하고 예산도 들지 않는 ‘공정경제’가 맨 뒤로 갔어요. 부패를 척결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하면 시스템은 공정해지고 재정은 충실해지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인사입니다. 정경유착으로 재벌에 포섭된 사람들을 공직에서 몰아내야 해요. 또한 재벌을 견제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곳에 인원도 늘려야 해요. 소득주도성장도, 혁신성장도 공정한 시스템에서만 가능합니다.


경제는 경세제민 經世濟民의 준말입니다 

‘경세’는 구불구불한 세상을 곧게 만드는 것

‘제민’은 낙오되는 사람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Q. 세계적으로 '성장은 끝났다'고 전망합니다. 더 많은 소유와 소비에서 다른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입니다. 경經은 구불구불한 실을 베틀에 매면 꼿꼿해지듯, 구불구불한 세상을 곧게 만드는 것입니다. 얽히고설킨 착취와 수탈의 불공정 시스템을 공정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제濟는 구제할 때 제입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공정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낙오되는 사람을 구제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새로운 경제의 두 가지 기둥을 정했습니다. 강력한 이해관계 집단으로부터 자유로운 강한 정부를 구성해서 공정질서를 만들었고, 복지를 확충해 국민통합을 이루었습니다. 하나가 경세, 하나가 제민에 해당합니다. 한자 상商은 상업할 때 상인데 원래는 서로 나눠 골고루 잘 산다는 의미입니다. 거기서 파생되어 장사한다는 뜻이 되었죠. 즉, 상인은 이익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파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는 사람도 이익이 있어야죠. 경제에서 생산한 것을 나누는 분배, 상商이 제대로 되어야 다시 생산하고 분배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유통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기업인이‘나눔’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Q. 시민들과 나눔문화 회원들께 전할 말씀이 있다면요?
법치가 문란하니, 법과 도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보니까 사회의 법질서와 도덕 수준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명박 박근혜 이재용 이런 자들이 수천만 명에게 손해를 끼쳐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때, 내가 수탈과 착취를 당해도 법이 역할을 못 할 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자기 이익을 탐하는 탐욕의 황금만능주의는 대통령이 바뀌어도 이 사회를 지배할 것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동자이고 경제인이고 정치인입니다. 우리는 촛불로 정치혁명을 이루어냈습니다. 개인의 실천이 모두의 실천이고, 그에 따라 사회가 움직인다는 것을 익혔습니다. 그 환희의 열정과 연대의 저력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경제민주화도 전진할 것입니다. 얼마 전 외국 언론에서 “평화혁명을 했으니 평화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국사회를 높이 평가했는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높은 자존감으로 평화와 통일의 꿈도 이룰 수 있겠지요. 우리의 이 정신적 사회적 역사적 자산을 잘 활용합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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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8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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