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월 3일은 ‘제주 4.3’ 70년입니다. 
얼어붙은 겨울 땅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처럼, 
이승만 정부와 미 군정의 총칼에 스러졌던 
3만여 명의 유혼들의 넋을 추모합니다. 
지난 보수 정권이 중단했다가 올해 9년만에 재개된
제주 공항 일대의 유해 발굴 작업의 순조로운 진행으로
희생자들의 영혼이 평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기를, 
희생자 모두에게 배상하는 제주 4.3 특별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그리고 통일 독립 국가를 염원했던 제주 4.3의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의 봄이 진정으로 꽃 피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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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화백이 그린 제주 4.3의 발단, '3.1절 발포' 사건 ⓒ강요배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섬 제주도는 
거대한 감옥이자 학살터였다." (제주 4.3 평화공원)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의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대량 학살한 제주 4.3 사건.

1947년 3.1절 기념 가두 시위에서 기마 경찰이 
어린 아이를 치고 지나간 사건이 발단이었다. 
해방 이후 혼란기, 식량부족과 전염병 창궐로 피폐한 삶에 
친일 경찰들의 횡포에 신음하던 사람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사람들은 경찰서로 몰려가 항의했고, 
경찰은 이들에게 발포하여 6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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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발포 사건에 항의하는 총파업의 요구조건 


이에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며 민관 합동 총파업이 벌어졌다. 

3월 10일부터 23개 행정기관, 105개의 학교, 우체국과 전기회사 등 
제주 직원의 95%인 4만여 명이 참여한 파업이었다.  
제주도민들은 정당한 요구를 했을 뿐이었지만, 
현지 상황에 대해 미군은 "제주도 인구의 70%가 좌익 동조자"
경무부 최경진 차장은 "제주도 주민 90%가 좌익색채"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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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게 탄압하라" 제주도 토벌에 나선 군경과 서청단원을 격려하는 이승만 ⓒ4.3사건 진상보고서


"붉은 섬"으로 규정된 제주도. 이에 중앙정부는 군경 토벌대와 
서북청년회 등 친일 반공주의 단체를 진압대로 보냈다.  
이들은 3.1절 발포 사건 때부터 4.3 발발 직전 1년 동안 
무려 2,500명을 체포 및 고문하는 등 무자비한 탄압을 벌였다. 
"둘째 아들도, 며느리도, 큰아들도 모두 내 눈앞에서 잡혀갔어. 
아직도 가슴이 가득해오면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고문치사로 가족을 잃은 윤희춘 어머니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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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화백이 그린 <젖먹이> ⓒ강요배


마침내 1948년 4월 3일, 공권력의 폭력에 저항하는 무장 봉기가 일어났다.
군경과 서청단원들의 횡포에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몸부림이었다.    
학살은 더욱 가혹해졌다. 이날부터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 해인 
1954년 9월 21일까지, 약 7년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체 도민의 약 1/10인 3만여 명이 무참히 학살당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살인, 겁탈, 구타...
마을 전체가 전소되기도 했고, 동굴로 숨어든 이들을 총살했고,
젖먹이 아기가 죽은 엄마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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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무장 폭도"가 아닌 그저 불의에 분노했던 '사람'들이 학살됐다. 1948년 5월 촬영.  


이승만 정부와 미 군정이 내세운 학살의 명분은 

제주도민들이 '빨갱이 무장 폭도'라는 것.
단순히 무장 봉기에 남조선노동당이 개입했고 
주민들이 공권력에 저항했다는 이유만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남한에 '친미 단독정부’를 세우려 했다. 
그리고 1948년 5월 10일에는 남한만의 단독 총선거가 치러졌다. 
이에 제주도민들은 분단을 고착화하는 
남한 단독의 5.10 총선거를 보이콧 했을 뿐만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의 주요한 세력 기반인 '친일 인사' 청산을 주장했다. 
그러자 이승만 정부와 미 군정은 이를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 제주도민들을 '빨갱이'로 모는 '공작'을 벌인 것이다.  
당시 전국의 민심은 5.10 총선거에 대해 자발적인 선거인 등록 인구가
6.6%에 불과할 만큼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제주도에서 더욱 잔인하게 학살을 벌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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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제주 4.3에 대해 사과한 노무현 대통령. 위령탑 앞에서.ⓒ제주도사진기자회


제주 4.3의 상흔은 길고도 길었다. 
유족들은 노태우 정부 때까지 경찰의 주기적 방문조사를 받아야 했고, 
제주도민들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서야 정부 차원의 사과를 받았으며, 
2014년 국가기념일 지정 때까지 공공연히 제주도는
"공산 폭동"의 섬으로 손가락질 받아야 했다. 
70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제주 4.3은 헌법에도 명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치 않고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삼으려는 
친일 반공 잔여 세력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제주 4.3은 끝나지 않은 역사,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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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아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묘비를 어루만지는 유가족. ⓒ오마이뉴스



이제는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까.
이제라도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고 학살자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는 일은, 
해방 이후 한번도 제대로 된 과거청산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정의의 집행에는 시효가 없다’는 청산과 반성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다. 
또한, 가장 열렬하게 통일된 독립 국가를 요구했던 희생자들의 뜻을 
기억하는 일은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미 해군 강정 기지 건설로 또다시 아픈 상처를 입은 
제주에서 미국에 학살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일은 
같은 아픔이 있는 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을 부르는 남단의 섬, 제주도. 
그러나 노란 유채꽃으로 아름답게 물드는 그 땅 밑에는 
아직 봄을 맞지 못한 영혼들이 묻혀 있다. 
제주가 어서 '평화의 봄'을 맞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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