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1404_20180503.JPG

5월 3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경기 평택 대추리의 주민들 ⓒ한겨레


"그리운 고향 대추리 이름이라도 찾고 싶습니다"


5월 3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는 

경기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 확장으로 노와리로 이전해야만 했던 

주민들이 2007년 정부가 약속했던 '대추리 지명 유지'와 

'생계대책용 상업용지 공급'을 이행하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14.jpg

2006년 당시, 미군기지 이전 확장에 반대하며 저항했던 경기 평택 대추리의 노을녘 모습. ⓒ나눔문화


02(통일뉴스).jpg

지난 2006년 5월 4일, 대추리 강제 철거에 투입된 1만6천여명의 경찰과 군인들.ⓒ통일뉴스


09(통일뉴스).jpg

경찰들에 의해 철거되는 대추리 분교와 그 안에서 저항하는 사람들. ⓒ통일뉴스


'대추大秋리'. 매년 가을 풍성한 수확을

거둔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던 마을. 

그러나 지금은 미군기지에 '빼앗긴 땅'. 


내일 5월 4일은 지난 2006년 새벽, 

대추리에 경찰과 군인 1만6천여명이 투입되어 

마을의 집과 분교 등이 강제철거되고 

들녘에는 철조망이 쳐진 날입니다. 



03.jpg

경찰과 군인들을 막다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항의하는 대추리 주민.


13.jpg

대추리 주민의 집에 붙어 있는 "올해도 농사짓자" ⓒ나눔문화


11(통일뉴스).jpg

무려 93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된 대추리의 촛불집회.ⓒ통일뉴스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에 포함된

농지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버텼지만,

공권력의 강제 진압에 끝내 

상처투성이로 끌려나왔던 사람들.

 

"올해도 농사짓자!"며 울며 씨뿌리고

93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들며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이날 500여 명이 연행되고 

16명이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10.jpg

삶의 터전을 지키고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저항하고 기도했던 대추리의 주민들. 


12.jpg

촛불집회를 열어온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에게 어느 시민이 남긴 메시지.


"쌀미米자 여든 여덟살을 먹고 본께

촛불농사도 지어보는구나...

내 속에 있는 한을 꺼내서 다 태우고 갈랍니다. 

이 촛불농사는 나 살아 생전 추수할 지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 사람 마지막까지도 지어야 합니다.

두고두고 나라를 살리는 일인께로 

생애 마지막 두 눈 한번 부릅떠 볼랍니다."

(대추리 조선례 할머니의 말씀을 받아 

서수찬 시인이 지은 시)


그날 바닥에 주저 앉아 울음을 터트렸던

허리굽은 노인들은 젊은 시절을 다 바쳐 

20여 년 가까이 맨손으로 질퍽한 갯벌을 

비옥한 들판으로 바꿔낸 이들이었습니다. 



15.jpg

대추리 들녘에 쳐진 철조망에 누군가 걸어 놓은 한반도 모양의 설치물.  


kws21_290479_1[456445].jpg

군경에 의해 철거가 완료된 대추리 분교의 폐허더미에 꽂혀 있는 '평화'의 흰 깃발.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70여 년만에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봄 기운을 느낄수록 가슴 한 구석에서 

욱신거리는 상처같은 이름, 대추리. 


대추리뿐만이 아닙니다. 강정, 소성리 등 

분단과 전쟁의 역사를 온몸으로, 

삶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기는 

구체적인 아픔으로 겪어야만 했던 

이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정말 이 땅에 평화가 찾아와서, 

민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는 일도 없고

우리 땅에 외국군이 머물 필요도 없는 날이 오면,

대추리의 푸른 들녘, 흰쌀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마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도 

그리운 고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그 모든 곳에서 무장군경과 철조망을 걷어낼 수 있을까요. 



01.jpg

'철거당한 평화', 박노해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던 집이 부서진 모습.


2006년 당시 대추리의 어느 집에는

박노해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집이 부서지며 '철거당한 평화'가 되어 버렸던 시,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를 나눕니다.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詩 박노해 


우리의 소원은 부자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출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올해도 농사짓는 것이다 


허리 숙여 불볕 이랑을 기며 

태풍 장마에 애간장을 졸이며 

누구도 대신하고 싶지 않은 일 

올봄에도 내 땅에 씨 뿌리는 것이다 


누가 내 가난한 소망을 가로막는가 

누가 내 소박한 봄날을 깨뜨리는가 

누가 사람을 먹여 살려온 이 들녘에 

사람을 죽이는 전쟁기지를 세우려 하는가 


너희가 무력으로 내 땅을 강점하고 

너희가 총칼로 내 봄을 짓밟는다면 

이제 우리는 나라도 없다 

이제 우리는 정의도 없다 


미군의 주권, 미군의 안보에 

내 땅에서 울부짖고 끌려가고 쫓겨나는 나라라면 

나라도 없는 우리는 이제부터 평화의 독립군이다 

농사를 내려놓고 삽도 호미도 내려놓고 

먼저 평화의 농사를 짓겠다 


쫓겨난 빈손으로 촛불을 들고 

너희들의 미사일 

너희들의 전투기 

너희들 탐욕과 전쟁의 뿌리를

내 안에서 조용히 불사르겠다 


불살라, 이 새싹 같은 촛불을 들고 

저 우는 들의 눈물을 기름 부어 

너희들 무기의 어둠을 불사르겠다 

우리들 인간의 봄을 시작하겠다 


이제 나라도 민주도 없는 우리는 

미군의 총칼에 울부짖고 

미군의 폭력에 피 흘리는 

지구마을 어린 것들을 보듬어 안고 

국경 없는 평화의 봄을 씨 뿌리겠다 


이 들녘에 떠오르는 아침 해는 

누구도 홀로 가질 수 없듯이 

이 들녘에 피어 오르는 봄은 

누구도 홀로 맞을 수 없듯이 

대추리, 도두리에도 새만금에도 

전쟁의 이라크에도 쿠르디스탄에도 

팔레스타인에도 아프가니스탄에도


봄은 어디에서나 봄이어야 한다 

봄은 누구에게나 봄이어야 한다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기타 [나눔문화 소책자 신청하기] '작은 책 한 권... 나눔문화 2014.10.13 90272
1400 민주주의 지키기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기억하며 나눔문화 2018.05.18 154
1399 기타 [천안함 진상규명 특별 인터뷰] 신상철 前천안함 ... 나눔문화 2018.05.03 108
1398 세월호 진상규명 광화문 세월호광장 특별 사진전을 잘 마쳤습니다 나눔문화 2018.05.03 39
1397 세월호 진상규명 2018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골든타임 나눔문화 2018.05.03 78
1396 바른언론 지키기 [현장 인터뷰] “국민의 YTN 끝까지 바로 세우겠습... 나눔문화 2018.05.03 109
» 기타 대추리의 '빼앗긴 봄'을 부르며 나눔문화 2018.05.03 107
1394 촛불아 모여라 5월 2일은 나눔문화 '촛불소녀'의 10번째 생일날! 나눔문화 2018.05.02 77
1393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영결식] "진상규명, 오늘 다... 나눔문화 2018.04.16 145
1392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 문화제] "보고 싶은 아... 나눔문화 2018.04.15 123
1391 기타 [제주 4.3 항쟁 70주년 국민문화제] "불의에 맞선... 나눔문화 2018.04.08 356
XE Login
나눔문화 후원회원님께서는 로그인 하시면
회원정보수정, 후원금영수증 발급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없이도 사이트 이용과 글쓰기는 가능합니다.
자세한 안내 보기


후원회원 ID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