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급진하는 여성해방 운동
“세상아 들어라, 우리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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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출구아카이브

“여자라서 죽었다” 강남역 살해 사건 2주기 추모

폭우가 쏟아지던 5월 17일, 1,000여 명의 여성이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모였다. 2016년, 2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살해 사건 2주기 추모 집회>였다. 당시 범행 이유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경찰과 언론은 ‘묻지마 살인’이라고 했지만, 여성들은 ‘여성혐오 살인’이라고 명명했다. 남성의 무시는 참아야 하고 여성의 무시는 살해 동기가 되는 남성의 우월적 지위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7년간 700여 명의 여성이 단지 “무시했다”는 이유로 남편과 애인에게 살해당했다. 여성 표적 강력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여성들은 불시의 폭력과 살해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며 두려움을 이겨낸 여성들의 저항 또한 더욱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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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Expose


“동일범죄 동일수사” 불법촬영 편파수사 항의

분노의 ‘빨강’ 옷을 입은 “성님”들이 뭉쳤다. 20대 여성을 주축으로 서울 혜화역에 5월 19일 1만 2천 명, 이어 6월 9일 2만 2천 명이 모인 <불법촬영 편파수사 항의 시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 집회”로 기록됐다. 분노의 촉발은 홍익대에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한 여성이 7일 만에 구속된 것. 불법촬영의 피해자는 93.7%가 여성, 가해자는 98%가 남성, 그중 구속수사를 받은 피의자는 단 3%다. 그런데 남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속전속결로 해결되니,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유좆무죄 무좆유죄”라며 한 맺힌 규탄을 토해낸 것이다. 스마트폰을 ‘제2의 신체’로 가상세계를 누벼온 젊은 여성들이기에 분노는 더욱 컸다. 이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이미지로 보여지는 나’는 중요한 정체성을 이룬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끝없는‘얼평(얼굴평가)’과‘몸평(몸매평가)’, 여성 비하 발언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음란물’로 사고 팔리는 불법촬영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것. 하지만 범죄 예방은 커녕 ‘불구속, 불기소, 집행유예’ 등 부당한 일상의 경험이 축적되어 오늘의 분노에 이른 것이다. 강력한 대책과 처벌로 버스, 지하철, 화장실 등 어디도 안심할 수 없는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공권력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와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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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나의 몸, 나의 선택” 낙태죄 폐지 요구

5월 23일, 헌법재판소가 6년 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 심리에 들어갔다. 앞서 20일, 1,000여 명의 여성이 임신중절 합법화 시위에 나섰다.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여성은 77.3%. 현행법상 낙태죄 처벌 대상은 여성과 의료진뿐, 피임 책임이 있는 남성에 대한 조항은 없다. 한때 ‘인구 조절’을 위해 직접 낙태 시술을 했던 국가도 책임을 진 적이 없다. 또한 ‘낙태죄는 낙태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임신한 여성 41.9%가 낙태를 겪었고, 음성화된 시술로 위험을 감당해야 했다. 이미 OECD 국가 중 80%가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국인 아일랜드도 최근 국민투표로 낙태죄를 폐지했다.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깊은 숙고는 온당 필요하다. 그럼에도 “여성의 몸은 출산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내 몸의 결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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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상의 탈의 시위

브래지어에 갇힌 여성의 가슴이 해방된 날. 6월 2일,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10명의 ‘불꽃페미액션’ 여성들이 상의를 벗어 던졌다. 페이스북이 이들의 ‘가슴 노출 시위’ 사진을 ‘음란물’이라며 삭제한 데 대해 “남성 나체 사진은 삭제하지 않고 여성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는 건 차별”이라며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브라 없는 맨가슴을 꿈꾼다”, “찌찌가 찌찌지 찌찌가 별거냐”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 “찌찌 해방 만세”시위는 최근 젊은 여성들의‘탈코르셋’ 운동을 대변한다. 온몸을 옥죄는 코르셋을 벗어 던지듯 ‘여성스러움’으로 규정되는 짙은 화장, 긴 머리, 브래지어, 날씬한 몸매 등을 위해 신체를 구속하지 않겠다는 것. 또한 ‘외모가 경쟁력이다’, ‘섹시하면서도 정숙해야 한다’ 등의 통념과 시선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뷰티·성형 산업이 날로 팽창하는 한국에서 압박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도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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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요구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일해도 ‘단지 여자라서’ 임금을 적게 받는다. 이에 세계 여성들이 미투혁명에 이어 노동 성차별에 맞서고 있다. 미국의 ‘타임즈업Times Up’, 영국의 ‘페이미투#Paymetoo’ 운동이 시작됐고, 3월 8일 스페인에서는 500만 명의 여성이 최대 규모의 전국 파업에 나섰다. 이 파업의 충격파는 6월 7일, 여성 장관이 65%인 새 내각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1975년, 여성의 90%가 참여한 대파업의 역사를 지닌 아이슬란드는 올해부터 세계 최초로 성별, 인종, 국적과 관계없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했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OECD 성별 임금격차 1위. 여성 임금은 남성의 64%, 비정규직 비율도 여성이 41.2%로 남성 26.3%의 두 배. 노동환경은 “유리천장”, “경단녀(경력단절녀)”라는 말처럼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지 30년. 이제 현실로 바꿔낼 때이다. 


글 | 윤지영 글로벌평화나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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