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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정규직 채용 약속을 어긴 코레일에 맞서다 290명 전원 해고된 KTX 승무원들. 지난 12년간 고공농성과 삭발, 단식 등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7월 21일, 4,526일의 싸움 끝에 마침내 코레일과 정규직 특별채용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향후 협의에 따라 승무원 복직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 1주일 전, 나눔문화는 서울역 앞 농성장을 찾아 김승하 지부장을 만났는데요. 합의 이후, 김 지부장은 나눔문화에 “함께해주신 분들 덕분입니다”라며 인사를 전했습니다. 지난 12년간 끈질긴 저항을 해온 김승하 지부장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인터뷰·정리 | 김재현 사회행동팀장, 윤지영 글로벌평화나눔팀장


Q.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12년 전 상황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KTX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 다들 꿈에 부풀었어요. 사람들은 “지상의 스튜어디스”라고 치켜세웠고, 철도공사는 나중에 KTX가 유라시아를 횡단하게 될 거라고도 했어요. 그런데 그 꿈이 깨졌죠. 철도공사가 정규직 채용 약속을 어기고 저희를 자회사에 채용시켰어요. 명백한 ‘취업 사기’였죠. 부당한 일이니까 당연히 싸웠고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했어요. 일주일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파업을 시작했는데 12년이란 세월이 지났네요. 

Q. 2015년 양승태 대법원은 1,2심을 뒤집고 코레일의 KTX 승무원 직접 고용 의무가 없다며 해고 적법 판결을 했죠.
2010년 1심과 다음 해 2심에서 이기면서 ‘우리가 잘못 싸운 게 아니구나, 돌아갈 일만 남았구나’ 싶어서 참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을 때 더 힘들었죠. 게다가 한 사람당 1억 원에 가까운 빚이 생겼어요. 1, 2심 승소로 4년간 고용이 인정돼 코레일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이자까지 더해서 갚아야 했죠. 이 때 충격으로 동료 한 명이 3살 난 아이를 두고 목숨을 끊었어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저희가 안전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저희는 안전교육을 받았고 열차에서 일어난 사고를 수습해왔어요. 어거지 판결이었죠. 최근 KTX 판결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거래’ 중 하나로 드러났잖아요.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 거예요. 

Q. 지금 KTX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KTX 승객 천 명의 안전을 단 한 명이 책임지고 있어요. 지금 코레일 관광개발(자회사)에 소속돼 있는 승무원들은 안전교육도 받지 않아요. 매일 크고 작은 사고는 반복되고 있어요. 그런데 코레일은 인건비, 부품비를 아낀다고 하루 한 번 해야 할 안전검사를 일주일에 한 번만 해요.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사고가 안 나고 굴러가는 게 기적”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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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3일, 서울역 앞 농성장에서 김재현 연구원과 김승하 지부장, 김선영 노조원.


Q. KTX 복직 문제를 풀기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가 있나요?
저희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박근혜 정권 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고 무척 애를 썼잖아요. 공공기관이 시행하면 사기업으로 퍼지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 코레일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간접고용 인원이 가장 많아요. 저희도 간접고용이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면 코레일 자회사에 간접고용된 1만 명과 다른 공공기관, 사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그래서 13년째 “KTX만은 안 된다”라는 말을 들어왔어요.

Q. KTX에서 2년 반을 일했고 거리에서 12년을 싸웠는데요.
12년을 하게 될 줄 알았으면 못했죠^^ “그냥 다른 일을 하지 그러냐”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불합리한 점도 있었지만 KTX에서 일했던 2년 반이 정말 행복했거든요.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미련을 못 버린 것도 있고요. 그때 막내가 23살이었는데 저희의 20대를, 인생의 3분의 1을 이 싸움에 다 바쳤잖아요. 하루를 일하더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끝나지 않은 거거든요. 제대로 된 마무리가 없으면 제 삶은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어요. 

Q. 긴 싸움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들 땐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야 했나?’ 그런 회의도 들었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제 인생을 부정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이렇게까지 오래 싸웠는데 “결국 쟤네들 빚만 남기고 흩어졌대”라는 결과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누군가는 끝까지 잘못됐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남아있으면 그 사람 옆에서 계속 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큰 버팀목은 그렇게 남은 제 옆의 동료들이었죠. 동지애, 의리^^라고 할까요.

Q. 만약에 복직이 결정되면 어떤 마음일 것 같은지. 
유니폼 나오고 사원증 나와야 실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복직이 되면 3년 전에 하늘로 떠난 동료의 딸 아이에게 이 말을 꼭 전해줄 거라고 다짐해왔어요. “너희 엄마가 틀리지 않았단다”라고 말이에요.

Q. 마지막으로 나눔문화 회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해고당하고 우리 일로 닥치니까 활동을 시작했는데,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먼저 관심을 갖고 후원한다는 것 자체로 존경스러워요. KTX 문제가 풀리면 비정규직, 철도 안전 등 여러 문제가 해결돼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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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1일, 코레일과의 복직 합의 후 서울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KTX 해고 승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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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8년 7-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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