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살충제 계란 파동이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1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수조사한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 중 총 52개 농장에서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38년 전 판매 금지된 농약 DDT까지 토양에 잔류 되어 계란과 닭에서 검출됐습니다. 
살충제 검출 농장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사실은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안전망까지 뚫리며 먹을거리의 기본인 '신뢰'가 무너진 초유의 상황.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 유통, 관리, 소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실천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안일 무능 농식품부와 식약처, 국민 신뢰 회복해야

이번 파동은 오랜 시간 준비된 재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난 한 해 1인당 섭취한 계란은 256개. 그러나 상시 검역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생산업자와 유통업자를 확인하는 축산물 이력제에서도 계란과 닭은 제외였습니다.
바코드와 같은 계란 고유의 난각 코드도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살충제 성분의 국내 잔류 허용 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는 닭에게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무료 보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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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일시 판매 중단으로 텅 빈 진열대 ⓒ이데일리


식약처는 살충제 계란을 우려한 여러 번의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3년간 잔류농약 검사가 시행되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올해 4월에도 시민단체가 잔류농약 검출 사실을 알렸지만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파동 이후에도 식약처는 신속성 못지않게 정확성이 중요한 전수조사에서 
농민들이 알아서 샘플을 제출하게 하는 등 검사의 기본을 어겼습니다.
사전 관리부터 사후 대처까지 안일하고 무능함을 보인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계란과 닭뿐만 아니라 먹을거리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 및 
정보공개를 시작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허울뿐인 친환경 인증, '농피아'를 청산해야

'친환경 인증'을 믿었던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8월 18일 기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의 무려 59%가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 해썹)'을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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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증'을 남발한 '농피아'들은 국민의 믿음을 배신했다. ⓒ헤럴드경제


농식품부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인증을 내주는 민간 기관은 총 64개. 
이 중 5곳의 대표, 심사원 85명이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이었습니다. 
이러한 '농피아'들은 국내 농장 1,400여 곳 중 무려 54%에 달하는 농장들에
친환경 인증을 남발하며 수수료를 챙겨왔고, 실제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친환경 농장 중 20%가량이 '농피아'가 있는 업체에서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정부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기관과 관련자들의 부당 행위 및 유착 구조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적폐청산을 시행해 나가야 합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타협'과 '안전불감'은 용납할 수 없다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서는 '타협 없음'이 기본이자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기준치 이하라 먹어도 된다'는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8월 21일, 식약처는 "성인 기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 하지 않다",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큰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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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식약처와 전문가들의 상반된 주장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연합뉴스


그러나 의사협회는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반론했고, 
한국환경보건학회 또한 매일 먹는 식품이고 살충제 성분이 발암물질인 만큼 
"만성 독성 영향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류영진 식약처장은 성급한 공표라는 반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오염되고 유통됐는지 알 수 없는 계란을 섭취해온 국민들을 위해 
만성 질환 발병 위험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만하면 괜찮겠지'라는 안전불감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기준'을 적용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와 태도, 
그것이 바로 압도적 지지와 기대를 받는 새 정부를 향한 국민의 잣대입니다.

 

문제의 근원 '공장식 사육', 동물 복지 농장을 확산해야 

닭 한 마리를 A4용지 한 장보다 좁은 '케이지'에 가둬 기르는 공장식 사육 방식. 
'친환경 인증' 농장을 포함해,국내 산란 닭 농장의 99%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공장식 사육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오늘의 파동은 언제든 재발할 것입니다. 
닭이 '흙 목욕'만 하면 해결되는 진드기 제거를 위해 살충제를 "샤워를 하듯" 뿌리고
내성 때문에 더 강도가 센 살충제를 사용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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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광화문광장에서 공장식 사육 방식 폐기를 요구하는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 ⓒ연합뉴스


반면,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는 
닭을 자유롭게 풀어 키운 결과,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 때도 안전했습니다. 
공장식 사육은 매년 되풀이되는 구제역과 AI 발생의 근본 원인이기도 합니다. 
위기 때마다 살처분에 사용되는 천문학적 비용을 '동물 복지 농장' 확산에 사용해야 합니다. 
동물들이 충분한 공간에서 자라기 위해서는 사육두수를 줄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비용, 최대 생산'의 공장식 사육으로 충당해온 과도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움직일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GMO 사료를 먹고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맞으며 자란 고기를 '싸게 많이' 먹을 것인지, 
아니면 건강하고 안전하게 길러진 계란과 육류를 '제값 주고 귀하게' 먹을 것인지를.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농민들을 존중하고 지원하기

"거실에서 암탉이라도 키워야 할 판." 이번 파동을 겪은 많은 시민들의 반응입니다. 
대형마트 대신에 믿을 수 있는 곳을 직접 찾고, 생산 농가를 방문해 확인하기도 합니다.
먹을거리 불안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각자도생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난 경제개발 시절부터, 도시에 '값싸고 양 많은'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희생하며 망가진 우리 농촌을 살려 농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손해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해온 농민들과 
이들을 지원해온 생협 등의 활동을 우리가 함께 격려하고 지원하기를 바랍니다. 
도시 위주의 삶, 육식 위주의 문화, 소비자라는 정체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시와 농촌, 사람과 동물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탐색해가는 노력. 
그 위에서 '일상이 된 재앙' 먹을거리 파동의 끝도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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