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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옷차림을 준비하기 전에 날씨를 살피듯, 우리를 둘러싼 변화를 내다보며 삶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임성원 소장을 만났습니다. 임 소장은 30년간 유수의 기업에서 조직과 인사관리를 해온 컨설턴트입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승승장구하던 30대에 심장병으로 쓰러진 그는 철학과 역학易學을 파고들게 됩니다. 삼라만상을 음양과 오행으로 해석하는 2,500년 지혜인 역학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는데요. '우주의 기운'을 모아^^ 세상의 이치를 역학에 녹여내는 임성원 소장의 '정유년을 살아갈 지혜', 그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정리 | 임소희 나눔문화 이사장, 출판사 느린걸음 대표


지난해 1-2월호 <나누는 사람들>에 실린 소장님 인터뷰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병신년은 극단적으로 터프한 해, 위에서 잘못하면 국민적 저항으로 무너질 수 있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네요. 2017 정유년은 어떤 해가 될까요?

진짜 격동의 해가 될 것입니다. 정丁은 불, 유酉는 닭, ‘붉은 닭’의 해입니다. 불의 성질인 정丁과 닭을 뜻하는 유酉 모두 양기陽氣가 강해서 활동성이 강한 해입니다. 변화도 극심하고요. 닭이 날갯짓을 하면 깃털도 막 날리고 그러잖아요. (웃음) 얌전할 수가 없는 해입니다. 글자 모양으로는 위에 있는 정丁이 화火, 아래 있는 유酉가 금金의 성질로, ‘화극금火極金’(불이 금을 녹인다)이 되어 서로 간에 쟁투와 다툼이 세질 거예요. 심하게 부딪칠 겁니다. 부딪쳐서 바뀔 겁니다. 한편으로 ‘화극금火極金’은 불의 힘을 집약해서 바위를 녹여내는 형상입니다. 정화丁火는 ‘용광로’와 같아 원석을 녹여 순수한 금속으로 제련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를 ‘선기후질先氣後質’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작년 병신년에 ‘기운’이 움직였다면 새해 정유년에는 ‘물질’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실질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변화와 결실이 생길 겁니다.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앞서 말했듯 상반기엔 불의 기운이, 하반기엔 금의 기운이 셉니다. 봄에 일어나는 격동과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가을에 금의 기운으로 서늘해지면서 안정이 되겠죠. 3월에 큰 바람이 불어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나고, 6월에는 새로운 흐름이나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모든 생각과 의견이 표출되고, 가을엔 수렴이 돼면서 일단락이 될 거예요. 사회적 갈등의 결정체로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겁니다. (새로운 지도자라면?) 정유년은 ‘닭’의 해잖아요. 닭은 목표를 향해 집중합니다. 그런 집중력이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서 집중이란 ‘국민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어젠다를 뜻합니다. 사람들은 ‘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와 ‘저 사람이 되면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겠죠. ‘대통령이 되면 무얼 할 것인가?’하는 치열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입술 가벼운 소리, 입에 발린 소리 하는 사람들은 신뢰를 잃게 될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못 믿겠다’라는 불신 비용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저 사람은 자기가 말한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믿음을 주고 자신이 한 말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 그런 지도자가 선택을 받을 겁니다.


정치가 안정되면 민생경제도 좀 나아질까요?

‘누군가가 아파트값을 올려주고, 경제성장을 이끌어주고, 대박을 터트려 줄 거다’ 그게 지금까지의 환상이었죠. 보답받지 못한 환상입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걸 사람들은 압니다. 내년 2018년에 다가올 미증유의 사태를 생각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참으로 어려운 시기가 올 것 같아요. (미증유의 사태요?) 제2의 IMF급 경제 위기죠. 사람의 사주처럼 나라에도 오행(木火土金水)상의 기운이 있는데, 한국은 ‘목木’에 해당합니다. IMF 직후인 1998년이 ‘무인년’, 세계 금융위기가 휩쓴 2008년이 ‘무자년’, 그리고 2018년이 ‘무술년’입니다. 보시다시피 공통점은 ‘무戊’가 좌우하는 형국인데, ‘무’는 ‘토土’의 성질을 지녔습니다. 목木에 있어 토土는 ‘재財’의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목이 힘이 없어 재를 다스리지 못하면 재로 인한 난리가 나요. 그게 ‘재난’이죠.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싸늘하게 식을 거예요. 국난에 버금가는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새 정부가 고생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 삶 곳곳에서 불안과 고통이 심각한데요.

본격적인 경제 위기가 닥치면 가계부채 때문에 극도로 소비를 줄이고, 교육비 줄이고, 그래도 안 되면 결국 집을 던져야 합니다. 저당으로 묶여있던 부동산 가격이 무너지면 은행 부실로 이어지죠. 수도권 2,700만 인구가 내려앉을 수 있습니다. 소득은 있는데 이자가 높아서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소득 자체가 없는 상황이죠. 결론은 파산이고요. 예전에는 ‘불안사회’라고 했는데 이제는 ‘위험사회’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개개인이 견딜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거예요. 지금 청년들의 현실을 보세요. 대학 졸업할 때 학자금 대출로 진 빚이 평균 4천만 원이에요. 유예기간이 지나면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속된 말로 인생을 ‘나가리’로 시작하는 거죠. 일본 청년들이 아르바이트하다가, 파견직하다가, 계약직하다가, 중년이 되었잖아요.‘ 청년실업’이 문제가 아니라 한 세대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성장’보다 ‘공정’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졌습니다.

맞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기업 경영 의지를 꺾지 말아라, 경제성장이 우선이다’ 이런 말이 더 이상 시대정신이 아니라는 걸 의미합니다. 총수가 검찰 조사를 받는 중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올라갔습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잘못을 처벌하는 것이 공정이고, ‘공정이 좋은 경제의 기반이 된다’라는 암묵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역사에 드리웠던 개발 연대가 끝나가는 거예요. 정부가 할 일은 재벌기업과 중소기업의 불의하고 불공정한 착취 관계를 철저하게 해체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룰이 생겨나게 되죠. 지금까지는 시장을 선점한 사람들이 룰을 만들고, 만들어진 룰도 지키지 않잖아요. 정부는 경제가 제대로 된 시장의 논리대로 돌아가도록 심판 역할만 잘 하면 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근본적 변화가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우선 수도권 집중을 타파해야 합니다. 2,7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은 해발 2,700미터 고지와 같아서 물자 공급 비용이 너무 비싸요.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내려와야 살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주거비, 교육비를 해결해야죠. 지난 10년간 아파트값을 올리는 정책으로 자원이 계속 왜곡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하면 빚쟁이 되는 나라가 되었죠. 실제 대학에 공부하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들 어쩔 수 없이 신분 획득하러 가는 거잖아요. 대학 안 나와도 먹고살게 해야죠. 또 환경과 안전 문제도 중요합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이런 게 엄청나게 사람을 죽이고 있어요.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들이 이렇게 산적해 있는데, 이번 ‘AI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국가 시스템이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 총체적으로 무너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더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이걸 못해내면 바뀐 것도 아니겠죠.



정치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공정은 좋은 경제의 기반이 됩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 

무엇이 성공인지 재정의해야 합니다



대안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이제는 경제정책도 기업 중심보다 개인 중심이 되어야 해요. 직접적인 소득 증대로 가야 한다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보더라도 섣부른 성장 정책보다 국민 개개인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개개인의 자생력이 생겨나죠. 최소한의 물적 기초를 갖고 버티면서, 돈 때문이 아니라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길게 보면 국가 경제 차원으로도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다 발휘하게 해야 해요.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개개인이 적재적소에서 최적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겁니다. 먼저 기본소득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해요. ‘긴급 피난 자금’이 아니라 ‘기쁘다, 국민이 되어줘서. 고맙다, 잘 살아주라’ 이렇게 국민에게 당연히 주어야 할 그야말로 ‘기본소득’이라고 봐야죠.


이제 다시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닐까요?

요즘 제게 상담하러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퇴직한 50대들이 많아요. 현실은 ‘퇴직’인데 ‘은퇴’는 불가능하죠. 몰락한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완성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대학 가! 결혼해! 아이 낳아! 집 사!’ 그렇게 쫓겨왔는데, 그 다음은 준비도 안 됐는데, 또 뛰어내리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내가 평생 뭐 했지?’ 삶의 방향은 생각도 못 했죠. ‘쫓는 삶’과 ‘쫓기는 삶’은 종이 한 장 차이에요. 이제는 ‘물질적으로 더 잘 살 수도 있다’라는 꿈같은 시기도 지났습니다. 길고 힘겨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겁니다. 그러니 이제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합니다. 발전과 성장, 잘 산다는 것을 지금까지처럼 ‘1인당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답이 없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잘 산다 건 ‘남부럽지 않게’, ‘남들처럼’과 같은 말이지 않습니까. 포커스가 다 ‘남’이죠. 여전히 평수 경쟁, 배기량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질적 토양’이 척박해진다는 것은 ‘정신적 토양’이 풍성해지는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무엇이 잘 사는 것인가, 무엇이 성공인가,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런 부분이 나눔문화가 해온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정유년, 무엇이 ‘희망의 한 걸음’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은 체인지! 바꿔야 합니다. 작년까지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올해는 문제를 수습할 그릇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유년은 역동적인 해라고 했는데, 역동성 안에는 변화와 함께 혼란도 있어요. 혼란이 커서 자중자애가 힘들고, 다 표출하고 드러내야 하는 해입니다. 그래야 가려질 게 가려지고, 그렇게 가려진 걸 가지고 순수한 금속이 완성되는 겁니다. 그러려면 불순물이 섞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정화丁火’는 용광로와 같다고 했는데, 용광로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힘과 열, 그것이 투표입니다. 촛불을 밝히고, 투표를 하는 행위 자체가 불로 광석을 제련하는 것입니다.


네, 촛불 들고 투표하고^^ 마지막으로 전할 말씀은요?

결국 정치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경제를 내세운 이명박, 안보를 내세운 박근혜, 어쩌면 그동안 정의를 외면하고 살아온 대가가 우리에게 아프게 돌아오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새 정부가 할 일은 무엇보다 그동안의 적폐를 해소하는 겁니다. 이제는 공정에 기초한 사회에서 자기 실력만큼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에 기초한 사회가 계속되는 거죠. 먼저 정의가 바로 서야 능률이 오르고 문제해결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정의롭지 않은 것이 기품 있을 수는 없어요. ‘진선미眞善美’는 같이 가는 거니까요. 정의롭고 기품 있는 삶을 회복하는 정유년을 우리가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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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7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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