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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 인생 45년, 국가대표 ‘마임이스트’ 유진규(65). 우리나라 마임 1세대인 그는 ‘춘천 마임 축제’를 세계 3대 축제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어느 화가는 유진규를 두고 '이  말 많은 세상에 지팡이 하나 없이 침묵으로 말하는 선사禪師’라 했다. 그런 그가 떠들썩한 광화문 광장의 <블랙텐트>무대에 무언의 몸으로 홀로 섰다. 지난 1월 25일 공연이 끝난 후, 나눔문화 13년 회원인 유진규님을 만났다.  인터뷰 | 이현지 회원섬김팀장


공연 내내 숨죽이며 봤습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는데 무엇을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생명의 존엄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공연 제목이 <어루만지는 몸>, 그리고 <꽃>이에요. 우리 몸은 꽃처럼 아름다운 것인데, 우리 사회는 몸을 도구로만 보잖아요. 세월호에서 304명의 생명이 죽었는데, 그 생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세요. 존중받고 사랑받지 못하죠. ‘이건 아니다, 이걸 어떻게 넘어서야 하나’ 살펴보다 문득 '나는 내 몸을 어떻게 여기는가' 돌아보게 됐어요. 그들이 억누르면 억누르는 만큼 같은 방법으로 싸우려 한 건 아닌가. 내 몸이 살아있는 몸이라는 걸 알아야 네 몸도 살아있다는 존중을 하게 되는데 말이죠. 어쩌면 씨앗 같은 물음인데, 사람들이 그 앞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보길 바랬어요. 

아스팔트 위에서 하는 특별한 공연인데요. 
45년간 공연을 했지만, 아스팔트에서 하는 건 처음이에요.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선 저의 몸짓이죠. 매주 토요일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거리로 나오고 있잖아요. 여기에 예술이 필요해요. 한판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는 시민들에게 웃음과 놀라움과 생각을 선물하고 아름답게 빛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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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저항으로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임시극장 <블랙텐트>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안타깝게 죽어간 생명에 대해 표현한 작품 <꽃>을 공연 중인 유진규 마임이스트. 

온몸과 표정으로 말하는 유진규님과의 대화를 글로만 전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정지현


언제 어떻게 마임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68년, 세계적인 마임배우 롤프 샤레의 <침묵에의 초대>라는 공연을 봤어요. 당시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의 큰 무대에 핀 조명만 딱 하나, 타이즈 입은 사람 혼자서 움직이는 모습에 압도를 당했죠. 도시인지 밀림 속인지 택시를 타는지 사냥을 하는지, 다 보이는 거예요. 상상인데 너무나 생생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난 거예요. 대학 연극반 활동을 하다가, 아예 학교를 중퇴하고 극단에 들어갔어요. 연극을 하기 전까지 내 삶은 로봇과 같았는데, 진정한 나를 찾게 된 거죠. 제대 후에는 본격적으로 마임을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말이 별로 없었고 물끄러미 뭘 바라보는 걸 좋아했는데 침묵의 세계, 몸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된 거죠.

한참 활동 중에 뇌종양으로 고생이 많으셨다고요?
98년경에 뇌종양 판정을 받았는데 병원에선 수술이 어렵다며 지켜보자고만 했어요. 마임 축제도 맡고 있었고 인간적 갈등이 많았던 때라, 다 내려놓고 지리산으로 들어갔죠. 내 욕심의 실체를 바로 본 뒤에 집착의 끈을 놓았어요. 아집을 놓아버리니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지고 종양도 없어졌죠. 의사도 기적이라며 놀랐어요. ‘병의 90% 이상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구나. 마음이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구나’ 싶었죠. 나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결국 나 자신, 내 마음이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우리 몸은 참 신비한 것 같아요. 선생님에게 ‘몸’은 무엇이고 ‘마임’은 어떤 의미인가요?
자기표현의 세계엔 두 가지가 있죠. 말과 글, 그리고 몸. 말과 글은 교육을 받아 생긴 체계지만, 몸은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온 본질적인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말 없이 표현하고 교감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요. 대화 중에 말이 없어지면 그 침묵을 깨려 하죠. 그런데 학자들의 연구 결과, 우리가 말로 소통하는 시간은 하루 1시간이 채 안 된다고 해요. 나머지는 몸짓과 표정이죠. 서로 얼굴만 봐도 "쟤 오늘 건드리면 안 되겠다"알잖아요. 조용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세계, 그것이 바로 몸짓의 세계에요. 그것이 확대되고 정제되면 ‘마임’이 되는 거죠. 사실은 가장 자연스러운 거예요. 마임은 몸과 몸의 떨림의 교감이죠. 

그래서 공연 시작 전에 관객들과 몸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움직이는 시간을 마련하신 것 같은데요. 
맞아요. 우린 누구나 몸을 갖고 있고, 몸과 평생 함께 하고 죽어야 헤어지죠. 그런데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더라 이거에요.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 똑같은 율동을 배우고, 다르게 하면 점수를 못 받죠.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벌까지 받아요. 마치 '인형 공장’처럼. 그러다 보니 무엇이든 똑같이 하려는 로봇 같은 몸이 되어버린 거예요. 어쩌면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혹독한 훈련을 받아온 거예요. 그러나 우리 몸은 여기 이렇게 살아있어요. 마음이 있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드러나는 건 몸을 통하니까요. 지금부터 달라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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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사는 그는 몇 달째 하루가 멀다하고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서울 나들이^^가 계속될 것 같다며, 

광장에서 또 만나자고 웃었다. ⓒ나눔문화



앞으로 어떤 무대를 만들어가고 싶으신지요? 
관객을 더 자극하고 싶어요. 그냥 편히 앉아서 바라보다 가는 공연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공연, 시대와 함께 살아있는 공연. 그걸 나만의 방법으로 찾아 보여줘야 하니까 힘들죠. 그래도 거기에 승부를 겁니다. 결국, 저는 배우니까요. 무대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에요.  

나눔문화 13년 회원으로서 전하고 싶은 말씀은?
나눔문화 소식지에 회원명단이 매번 볼 때마다 조금씩 길어지더라고요^^ 함께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이 제일 기분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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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7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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