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3.jpg


첫눈에 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사람도 있지요.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누가 봐도 강렬하고 세련되고‘있어빌리티’한 영화가 있고, 별 기교 없이 단순하고 수수한데 내면에 깊은 여운을 주는 영화가 있습니다. 좋은 영화란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잊히는 게 아니라, 영화가 끝난 그 순간부터 내 가슴에서 다시 시작되는 영화가 아닐까요. 나눔문화 연구원들이 자극과 영감을 받아온 고전들 중에 나누고 싶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78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미국의 광활한 대지를 장쾌하게 달려가는 영화 <역마차>입니다.  


20170903_S_05.jpg

역마차 

감독 | 존 포드 (미국)   

 개봉 | 1939년,  상영시간 | 96분



명불허전! 서부영화 불멸의 고전 

어릴 때 ‘주말의 명화’에서 본 서부극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을까? <역마차>는 별 기대 없이 봤다가 온전한 몰입에 빠져들게 한 명작이다. 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영화랄까. 단순한 듯한 이야기 속에 당시 미국의 시대상과 사회체제, 인종차별과 계급 불평등, 인간성과 닥쳐올 문명의 위기 등이 깊이 있고 정교하게 담겨 있다. <시민 케인>으로 유명한 감독 오손 웰즈는 <역마차>를 영화의 교과서로 삼아 45번이나 봤다고 하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감독들이 존 포드를 영화의 스승이라 여길 만하다.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대공황의 한가운데서 강력한 ‘뉴딜 정책’이 추진되고,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격변기였다. 이런 시대를 상징하는 문제적 인물 9명이 역마차를 타고 험난한 여정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부영화의 장엄한 조력자’라는 모뉴먼트 밸리의 압도적 풍광, 원주민들의 무장저항이 빈번한 지역을 통과하며 펼쳐지는 치열한 전투, 그리고 인류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과 생명, 갈등과 화해가 심도 있게 그려진다. 


세계의 축소판, 달리는 작은 마차

역마차에 하나둘 사람들이 오른다. 겁 많은 마부와 충직한 보안관이 마차를 끌고, 마을에서 추방당한 술주정뱅이 의사와 술집 작부는 희망 없이 몸을 싣는다. 장교 남편을 찾아가는 귀부인은 그들과 말도 섞기 싫어하는데, 악명 높은 도박꾼이 그녀를 보호하겠다며 마차에 올라탄다. 공금을 횡령해서 도망 중인 거만하고 부도덕한 은행가는 “이 나라에 필요한 건 사업가야!”라고 고함을 질러댄다. 아버지와 동생을 잃고 복수를 꿈꾸며 감옥에서 탈출한 전직 카우보이(주인공 존 웨인 분)와 소심한 위스키 유통업자까지. 그야말로 흙수저부터 금수저까지 도무지 어울리기 힘든 이 조합은, 영화를 끌어가는 탄탄한 스토리의 원동력이자 다차원적인 인간 이해를 담고 있다. 작은 마차 한 대에 한 시대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도 있다니! 덜컹거리는 역마차는 세계의 축소판이다.  


20170903_S_02.jpg
20170903_S_03.jpg


문명으로부터 추방당한 사람들이 향한 곳

역마차가 잠시 멈추고 말들이 숨을 고르던 밤, 사건은 벌어진다. 남편이 중상을 입었다는 비보에 귀부인이 쓰러진 것이다. 만삭이던 그녀를 살리고 아기를 받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그들이 그토록 멸시하던 의사 번과 카우보이 링고, 술집 작부 댈러스와 원주민 여인이었다. “우릴 전염병자처럼 보는군. 우린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들이야. 단두대가 우리를 기다립니다!”라고 한탄했던 그들의 지혜롭고 정성스런 치유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돈도 권력도 계급도 벗어난,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그 무엇.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들은 각자의 길로 떠나간다. 복수를 마치고 살아 돌아온 링고는 댈러스에게 물과 초원이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함께 살자며 갈등하는 그녀를 붙잡는다. 그들이 다시 마차를 타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의사 번은 혼잣말처럼 되뇌인다. “이제 저들은 문명의 이기로부터 해방되겠군.” 다가올 문명의 축복과 모순을 예감했던 것일까. “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대지LAND’이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근원을 추구하던 존 포드의 바람이었을까.  


존 포드 John Ford 1894-1973 
20170903_S_04.jpg


아일랜드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영화감독들이 존경하는 감독,‘영화의 신’이라 불리기도 한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생전에 오스카상을 4차례 수상했다. 그의 작품이 곧 영화사라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인종차별과 가부장제를 옹호한다며 평론가들에게 공격을 받기도 했으나 사회고발, 이민, 개척사, 종교, 추방당한 사람들이 그의 영화의 주요 테마였다. 총 140편의 영화를 남겼다. 



46cec26fcfa349b303f5859ffa43f034.jpg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7년 9-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보고] 2017 나눔문화 정기총회 자료집 나눔문화 2017.03.17 1088
공지 나눔문화 메일링 신청하기 [4] 나눔문화 2010.08.13 82979
755 내 마음의 쉼표, 라 카페 갤러리 나눔문화 2017.09.03 109
754 [나눔문화 10년 회원 인터뷰] ‘나누는 가족’ 김대일·... 나눔문화 2017.09.03 40
753 [증액회원 인터뷰]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나눔문화,세... 나눔문화 2017.09.03 90
» [나눔문화 추천명작 7] 영화 『역마차』 역마차, 세상을 담... 나눔문화 2017.09.03 81
751 나눔문화 15년 회원 | 줄타기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김대균... 나눔문화 2017.08.23 111
750 [지금 세계는] 독일 현대미술전 Kassel Documenta 세계를 만... 나눔문화 2017.08.23 109
749 故박종필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나눔문화 2017.07.29 187
748 [나눔문화 10년 회원 인터뷰] ‘나누는 가족’ 지현경, ... 나눔문화 2017.07.12 177
747 [나눔문화 추천명작 6] 음악 메르세데스 소사의 『Solo Le P... 나눔문화 2017.07.12 429
746 [나눔문화 10년 회원 인터뷰] "행동하면 바뀐다는 자신... 나눔문화 2017.07.12 205
745 [나눔문화 10년 회원 인터뷰] "이익보다 이치를 생각하... 나눔문화 2017.07.12 161
744 2017년 나눔문화 연구원 여름정진精進 들어왔습니다 나눔문화 2017.06.30 301
743 [초대] 박노해 라오스 사진전 '라오스의 아침'展 | 2017.6.3... 나눔문화 2017.06.28 512
742 [함께해요] 6월 항쟁 30주년 맞이 국민대회 나눔문화 2017.06.10 199
741 [나눔문화 추천명작 5] 도서 『나무를 심은 사람』, 오... 나눔문화 2017.06.05 562
XE Login
나눔문화 후원회원님께서는 로그인 하시면
회원정보수정, 후원금영수증 발급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없이도 사이트 이용과 글쓰기는 가능합니다.
자세한 안내 보기


후원회원 ID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