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최근에 책『촛불혁명』을 펴낸 김예슬 사무처장이 <중앙 Sunday>와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고려대 '대학 거부' 선언 이후 7년 그리고 새롭게 펴낸 책 『촛불혁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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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2010년 서울 안암동 학내 게시판에 이어 붙인 세 장의 대자보는 한국 사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생이었던 김예슬(31·사진)씨는 이렇게 자퇴를 선언했다. 남부럽지 않은 대학을 스스로 거부한 김씨를 응원하는 포털 카페가 만들어졌다. 서울대·중앙대 등에서 잇따라 ‘제2의 김예슬 선언’을 하는 자퇴생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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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2010년 3월 10일, 고려대학교에 붙은 '대학 거부 선언' 대자보 



그로부터 7년 뒤, 세속의 관점에서 ‘고졸’로 살아가는 김씨는 당시의 선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김씨는 사회운동단체 ‘나눔 문화’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중동 팔레스타인 난민촌 학교 건립 등 국내외 나눔 사업과 핵 반대, 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한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광화문에서 이어진 촛불시위 현장을 기록해  『촛불혁명 2016 겨울 그리고 2017 봄, 빛으로 쓴 역사』(느린걸음·사진)를 지난달 출간했다. 9일 서울 부암동의 나눔문화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자퇴 이후로 어떻게 생활했나.

"대학 때 활동했고 자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당시에도 명확하게 계획을 세우고 자퇴를 한 건 아니었다. 

다만 대학을 그만두니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뭐라고 표현할 게 없더라. 

‘고대생 김예슬’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현실에서 실감이 났다."


그때 결정을 후회하나.

"후회하느냐 물으면 더 빨리 용기 내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말해 왔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이든 직장이든 무언가를 소유해서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저마다의 개성, 고유함을 버리고 획일적인 삶을 걸어오지 않나.

나도 자퇴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의 방식과 대안에 대해 계속 고민한다. 조금 더 큰 단위다. 

실제 대학을 그만두고 진짜 큰 가르침, ‘대학(大學)’이 시작됐다고 할까. 

처음 걱정하셨던 부모님도 지금은 ‘네가 제일 잘 사는 것 같다’고 그러신다."


자퇴 선언 이후 학벌주의가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보나.

"통계상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해만 해도 대학 진학률이 

80% 가까이였는데 지난해 60%대로 떨어졌다. 나도 놀랐다. 

안타까운 건 당시 대학에 대한 논쟁이 불꽃처럼 붙었는데 

대학 자체에 대한 성찰이라든지 자기 반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여전히 대학은 세 살 아이부터 부모, 전 세대가 가장 고통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학벌이 왜 필요한가. 가장 손쉽게 한 인간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누가 판단하느냐면 기업·고용인이다. 전체 일생의 구조가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 고용돼서 살아가야 하는 삶을 전제로 한다. 

이반 일리치가 말한 ‘근원적 독점’이다. 그런데 희소해지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학이든 스펙이든 뭔가를 덧붙여 가야 하는데 실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을까, 

인생은 점점 더 길어져 가는데, 그런 사회 체제 전체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대학 하나만 바뀌어서 될 문제는 아니다."


국정 농단 사건도 이화여대 부정입학부터 촉발됐다.

‘체제 변혁이 아닌 불공정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촛불집회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사회를 유지되게끔 서로 약속한 게임의 룰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컸다.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계층 이동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이대라는 명문대의 특권을 지키려는 의미도 있었다. 

‘어떻게 (자격이 없는) 저런 애가 이대에 들어올 수 있어’라는 정서, 

그로 인해 나의 한 자리가 빠지게 되는 지점에 분노한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서 대통령부터 

장차관, 의사, 변호사, 군인 할 것 없이 최고 엘리트들의 인간 군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내 아이는 저렇게 키우지 말자’는

삶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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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책이 무척 두껍다(총 445페이지).

"지난해 10월부터 23주간 촛불집회를 매주 나갔다. 

일상적으로 참여하면서 기록을 하다 보니 사진만 총 3만5000장쯤 되더라. 

촛불집회를 경험한 많은 분의 휴대전화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있을 것이고 

기사·동영상도 넘쳐 난다. 너무 많은 자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눈앞에 실존하고 있는 책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촛불집회는 전 세계에서도 부러워하는 성취다. 

살아 있는 권력인 대통령을 시민의 손으로 무너뜨렸고 정권 교체를 이뤄 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멈추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더 성장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

아이들이 위기에 처해도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쳤던 

우리 시대 가치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세대도 집회에 많이 참가했다.

"정치적 무관심의 세대다. 우리 사회의 명예와 권력과 부는 

2030 이상의 세대가 갖고 있지만 사회 주류의 흐름을 만드는 건 2030이다. 

영화도 2030이 봐야 뜨는 등 이 세대의 선호에 민감하다. 

촛불혁명에서도 젊은층의 동력이 컸다. 정치 혐오, 정치 무관심 세대가 

단기간에 정치화라는 경험을 했다. 그 이후에도 수십만, 수백만 명이 

일상적으로 여론을 만들어 가면서 각자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확고한 이념으로 움직이는 세대가 아니다.

이 지점을 잘 모르는 정치인들은 힘들어질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촛불혁명이 일어날 줄 예상을 못했듯 내가 대학을 그만두고 

사회활동을 하고 책을 집필하리란 것도 계획하지 않았다.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하루하루, 매 순간을 살아 내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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