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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KBS에 입사, 올해로 33년 차 PD. 군산과 전주, 서울 등 전국 본부를 거치며 <인간극장>부터 <걸어서 세계 속으로>까지 공영방송 교양 프로그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나눔문화 회원 임혜선님. 임 PD님은 1990년 KBS 총파업 이후 또다시 KBS 파업 전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 사회 시급한 과제인 '언론개혁,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KBS 파업을 60일 앞둔 지난 10월 31일, 나눔문화 <라 카페 갤러리>에서 임혜선님을 만났습니다. '불의에는 단호하게, 사람에는 따뜻하게' 살아온 임혜선 회원님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ㆍ정리 | 이현지 회원섬김 팀장 김재현 사회행동팀장


KBS 파업 출정선언문을 낭독하셨다고요. 
최고참으로서 파업에 나서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후배가 "선배님, 성명서 읽어주세요. 앞에 나서주세요"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데 따라야죠^^ 

촛불혁명 이후 첫 파업이자 온 국민이 응원하는 파업이에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후배들의 헌신입니다. KBS노조 파업봉사단은 매일 집회, 물품 준비 등을 하고
영상제작팀은 꼬박 밤 새워가며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그런 헌신이 희망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다들 힘들 텐데 흔들리지 않아요. 
겨울 지나기 전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파업봉사단의 반 이상이 여자 후배들입니다. 
이들이 앞으로 상명하복식의 관료, 군사 문화가 뿌리 깊었던
KBS를 바꿔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순탄하지 않겠지만 격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KBS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파업을 계기로 역사와 명맥이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지난 9년간 다들 뿔뿔이 흩어졌죠. 
그런데 이제는 '저 사람은 선배구나, 후배구나.
쟤는 헌신할 줄 아는구나' 등 서로가 서로를 새롭게 만나고 있어요.
또 중요한 건 이번 파업이 언론인으로서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에요.
저희 KBS 언론인들은 사회적인 권한이 크잖아요. 
많은 사람이 지금까지 권한만큼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온전히 양심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어요.

그동안 제작하신 프로그램들이 궁금합니다.
2000년 <한민족 리포트>, 2004년 <인간극장>,   
2007년 <문화시대>, 2009년 <클래식 오디세이>, 
<낭독의 발견>, <즐거운 책읽기>, 2014년 <아침마당>, 
2015년 <걸어서 세계 속으로>, 2016년 <강연 100도씨>, 
2017년에는 교육 특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파업 중이네요. 
저는 지금까지 시청자들에게 하나 마나 한 소리, 
보여주나 마나 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언론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죠. 그래서일까요. 
담당하던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잘리거나,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사라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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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선님이 함께했던 1990년 4월 KBS총파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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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KBS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에 나선 KBS 노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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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카페 갤러리>에서 만난 임혜선님(좌)과 이현지 회원섬김팀장(우)



말씀은 따뜻한데 원칙은 확고하게 품고 있으세요. 
그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81학번이에요. 5월 광주항쟁 이후였죠. 
공부 아니면 운동이었는데 저는 운동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늘 갈망은 있었습니다.
85년 1월에 입사하여 KBS군산 방송국에서 PD로서 첫발을 디뎠죠. 
당시는 사회 변혁에 대한 열망이 고조될 때였어요. 분신 저항이 잇달았죠. 
그러던 중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을 만났어요. 
그 책이 저의 내면을 얼마나 후벼파던지. 양심을 강하게 깨웠어요. 
저는 비교적 안온한 곳에 있었잖아요. 
피 흘리며 싸우는 사람들에게 고마움,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어요.

PD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80년대 KBS군산에 있을 때였죠. 작은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어부 한 분이 고기를 잡고 있는 거예요. 망망대해에 그분 한 분뿐이었는데 
우리 라디오를 듣고 있는 거예요. 노래가 나오고 있었죠. 
그렇게 누군가의 삶 속에서 우리 방송이 울린다고 생각하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순간은 KBS전주에 있었을 때였던 추곡 수매 현장이었어요. 
할아버지 한 분이 쌀 포대 앞에 서 있는데, 손이 너무 앙상했어요. 
이분들 덕분에 내가 밥을 먹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정말 진실하게 방송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 두 번의 순간이 
방송사 PD라는 직업의식과 소명을 일깨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런 각오 덕분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네요.
제가 만든 방송으로 사람들 마음에 시가 흐르길 바랐어요. 
특히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 그래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쏟아부으며 성공을 강요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비교 경쟁 속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일부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세계가 세상의 전부인 양 
그곳에서 삶의 만족을 찾아요. 이제는 먹고 사는 것보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를 먼저 배우는 세상이 됐으면 해요.

앞으로 나눔문화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우리 사회는 진영으로 나뉘어서 서로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있잖아요.
나눔문화는 지금처럼 균형 있게, 의연하게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사람들의 심성을 만지며 
사람들의 성숙함을 더 빛나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시는 대로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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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7년 9-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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