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문화 추천명작 10.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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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민음사(2016년 개정판) 168쪽 5,800원



1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버지니아 울프를 만난다. 강연을 엮은 책이라 그런지 실제 목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했다. 경이로울 만큼 섬세하고 정교한 문체와 풍부한 비유에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1928년 런던의 한 여성대학, 그는 역사적 강의를 시작한다.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1년에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합니다." 당시 여성은 남편의 허락 없이는 1페니도 쓸 수 없고, 투표권을 가진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한 여성으로 겪은 뿌리 깊은 불평등의 현실을 피력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우리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었을까요? 그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자기만의 방이 있었는지,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무엇을 했는지 모릅니다."(21쪽) "원하지 않는 일을 늘 하고 있다는 사실, 단 하나의 재능-작은 것이지만 소유자에게는 소중한-과 함께 영혼을 소멸하고 있다는 생각, 이 모든 것이 봄날의 개화를 잠식하는 녹과 같았습니다."(64쪽)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개증'이 없어 도서관을 출입할 수 없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의 닫힌 문을 생각했습니다. 잠긴 문밖에 있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를 생각했고, 어쩌면 잠긴 문 안에 있는 것이 더욱 나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45쪽) 

그의 생은 작품을 잉태한 듯 고독하고 처절했다. 6살에 의붓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평생을 따라다닌 정신질환과 발작으로 59세의 나이에 창작의 동지였던 남편에게 편지를 남긴 그는 주머니 가득 돌을 넣고 강으로 걸어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묘비명은 이렇다. "너에게 대항해 굽히지 않고, 단호히 나 자신을 내던지리라." 그의 표현대로 "하나의 공장, 하나의 기계 같던 런던"에서 겪어온 산업사회의 폐해와 2차대전의 포화는 그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었으리라. 

한 번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말하지 않았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 '페미니즘 문학의 상징'으로 성찰과 영감을 주는 사람. 책장을 덮으며 가슴 한편이 아파왔지만 큰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161쪽) 여성해방을 넘어 인간해방, 자아 해방을 위해 존재의 끝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자기 자신을 살아온 버지니아 울프. 그 정신과 위엄은 오늘 '자기만의 방'을 비추는 별빛이 되어주고 있다.


글 | 임소희 나눔문화 이사장, 도서출판 느린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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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누는 사람들> 2018년 3-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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