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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의 여름 La Gloire De mon pere
감독 이브 로베르 (프랑스)  |  개봉 1990년  |  상영시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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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정화되는 아름다운 성장 영화 

내 안의 소년, 소녀를 만나는 영화 <마르셀의 여름>. 이 영화는 본다고 하기 보다 빠져든다고 하는 게 좋겠다. 아련한 회상에 젖어 들게 하는 성장 영화 중에서도 <마르셀의 여름>은 두고두고 다시 보고픈 걸작이다. 마음에 미세먼지가 낀 듯 버석버석한 날, 이 영화를 보면 맑은 강물에 영혼이 정화되는 듯하다. 프랑스의 국민 작가 마르셀 파뇰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1900년대 초반, 도시에 살던 소년 마르셀이 시골에서 방학을 보내며 겪은 이야기를 소박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기술의 진보가 꽃 피던 위대한 20세기의 첫해, 그 모든 꽃들을 휩쓸어갈 1차 세계대전이 다가오고 곧이어 시작될 2차 세계대전, 그 틈의 햇살 고운 시대를 한 소년과 가족이 살아간다. 소년의 놀이터이자 모험터였던 프로방스의 야생자연, 산이라 할 수도 하늘이라 할 수도 없는 작은 마을에서 경이로운 날들이 펼쳐진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아이가 되는 곳

공립학교 교사인 아빠는 마르셀에게 존경과 자부심 그 자체였다. 시골에서 사냥에 나선 그 날 전까지는. 엽총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아빠가 이모부에게 무시당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마르셀은 아빠 몰래 사냥감을 몰아주다 그만 길을 잃는다. 어린 로빈슨 크루소가 된 마르셀에게 귀인처럼 다가온 친구는 리리. 리리는 교복 한 번 입어보지 못한 가난한 아이였지만, 야생 자연에서는 어떤 어른보다 더 똑똑하고 성숙했다. 마르셀 덕분에 아빠는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경외하는 ‘황제 자고새’를 두 마리나 잡게 된다. 그날 이후, 두 소년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었는데 어느 날 리리는 이렇게 말한다. “지빠귀가 우는 걸 보니 가을이로군.” 마르셀이 도시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뜻이었다. 


제 행복은 모험이니까, 저를 찾지 마세요

당연히 마르셀은 산에 남고 싶었다. 어린 날의 로망, 가출을 감행한 마르셀은 숲속의‘은자隱者’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빠 엄마에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제 길을 찾았습니다. 바로‘은자의 길’이죠. 결심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제 행복은 모험이니까요. 건강은 걱정하지 마세요. 아스피린은 가져갑니다.” 이런 멋진 편지를 남기고 말이다.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나레이션과 그 사이로 흐르는 풀벌레 소리, 섬세한 바람 소리는 나를 시간의 강 저편으로 데려다주었다. 내 유년 시절의 모험은 시골 할머니 집 바로 앞에 있던 산에서였다. 토끼를 잡으러 숨이 턱에 차게 뛰어다니다 할아버지 산소에 기대 잠이 들기도 하고, 겨울엔 비닐포대로 눈썰매를 타고 놀던 날들. 내 생애 가장 평화롭고 행복했던, 눈물 나게 그리운 그 순간으로 나 또한 돌아간 듯했다. 


환희와 슬픔의 여정, 인생이란 그런 것

<마르셀의 여름>의 후속작은 <마르셀의 추억>이다. 따스했던 시절 ‘가장 경이로운 날들’을 지나온 소년에게 어떤 추억이 남았을까? <마르셀의 추억>의 엔딩 10분은 뜻밖의 결론으로 오랫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붉은 장미만큼 아름다운 마르셀의 엄마, 프로방스의 마지막 목동이던 동생 폴, 숲속의 진짜 은자였던 친구 리리의 생애는 세계대전의 포화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마르셀은 회상한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듯 삶의 수레바퀴는 돌아간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짧은 환희의 순간들은 지울 수 없는 슬픔에 덮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것을 말해줄 필요는 없다.” 


글 | 임소희 나눔문화 이사장, 도서출판 느린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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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성장 영화 <마르셀의 여름>, <마르셀의 추억>. 프랑스의 영화감독 이브 로베르가 1990년에 발표한 영화로, 한국에는 1997년에 개봉되었다. 성장 서사의 다른 차원을 그려낸 고전으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사진 ⓒ영화 <마르셀의 여름>, <마르셀의 추억>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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