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 대한민국은 수백 만 촛불 시민과 함께 '혁명의 시간'을 행진하고 있습니다. 매주 사상 최대의 항쟁으로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50일간 주말도 반납한 채 유모차를 끌고 친구 손을 잡고, 눈발도 추위도 뚫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 "이게 나라냐"라던 부끄러움을 "우리가 주인이다"라는 위대한 함성으로 바꿔내며 거짓과 어둠을 밝혀가고 있습니다. 100만 촛불의 열기가 한창이던 11월 24일, <나눔문화 후원모임>에서 박노해 시인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는데요. 많은 회원님들의 요청으로 정리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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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나눔문화 후원모임에서 박노해 시인 ⓒ나눔문화 



보고 싶었습니다. 올 한 해 많이 힘드셨죠? 그런데 다른 해보다 얼굴들이 다 환하고 빛나십니다. 혹시 마음에 백옥주사 맞으셨나요? (웃음) 참으로 큰 일들이 많았습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기 몫의 고통을 지고 우리 삶을 망치는 것들과 맞서며 선함과 의로움을 지켜온 나 자신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고맙고 장하다고 서로 힘찬 박수 한번 나누면 좋겠습니다. (박수) 요즘처럼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갈 때, 긴박한 행동들이 사고 능력을 압도할 때, 누가 조용히 생각하는 이를 가졌는가. 현장의 함성 한가운데서도 심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직관하며 시대정신의 ‘별의 지도’를 짚어가는 사람. 누가 조용히 생각하는 이를 가졌는가. 이것이 정말 중요한 시기 같습니다.



근원적 변화가 시작된 문명의 대전환기

지금, 세계에 격변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분노의 역습'으로 세계 곳곳에서 어이없는 정권교체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남·북극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리고, 신종 전염병과 미세먼지와 지진과 쓰나미가 몰아치는 생태위기가 일상으로 밀접하게 파고 들고 있습니다. 우주에 지구 생명이 탄생한 이래 20만년을 이어온 '자연 인간'의 역사가, 머지않아 강한 인공지능과 '기계 인간'으로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 모를 근원적 변화가 시작된 해이기도 합니다. 우주의 한가운데를 전속력으로 달리며 돌고 있는 지구의 이 자리에서 '여기는 어디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나는 또 누구인가'. 이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에 새로운 세계관과 인간관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고상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웃음) 현 사태에 대해 짧게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30년 만에 도래한 혁명의 시간

이제 온 국민이 정치학 박사, 법학 박사가 되셨으니 (웃음) 다 아는 얘기는 넘어가겠습니다. 우리 삶에 눈보라처럼 진실이 몰아쳐올 때, 모든 허구와 거짓 신화가 발가벗겨지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때, 우리 존재는 달라지게 됩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하죠.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독재자 아버지는 비극의 총성으로 사라져 신화가 되었고 그 딸은 거짓 신화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번엔 희극으로 무너지고 있는 쓰라린 역사의 진실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30년 만에 도래한 '혁명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민주항쟁. 그리고 2016년 11월 100만 촛불 시민혁명. 혁명에는 '30년 법칙'이 있습니다. 30년을 한 세대라고 하죠. 20대 청년이 자기 시대의 인간 고통과 사회 모순을 끌어안고 저항하는 시간이 15년, 그 운동의 성과로 주류사회를 이끌어가는 시간이 15년, 그렇게 30년이 되면 그 세대는 기득권이 되어 점차 굳어지고 낡아지고 퇴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사랑은 끝이 없듯이 혁명 또한 끝이 없어서, 혁명은 혁명을 혁명하여 젊은 세대로 몸을 바꿔 이어지며 새로운 정신으로 되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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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사상 최대 인파의 기록을 새로 세웠던 광화문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나눔문화



100만 촛불과 한몸이 된 크나큰 나

21세기 백주대낮에 벌어진 '비밀정부, 주술국정, 국가내란'이라는 사태로, 대한민국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100만 촛불의 시민혁명을 인류 앞에 선보이며 우리 스스로 추락한 국격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한말 동학운동, 일제시대 3.1운동과 독립운동, 4.19혁명과 6.10민주항쟁, IMF 외환위기 국난 때도 그러했듯이 언제나 나라를 팔아먹고 망치는 자들은 권력과 부를 독점한 사회 지배층이었고, 나라를 지키고 살려온 이들은 이 땅의 민중들이었습니다. 소음과 소란과 속도 속을 달리며 먹고 살기 위해서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세상의 크나큰 진실 앞에서, 커다란 슬픔과 순수한 분노로 나선 사람들. 우리는 저마다 100만 촛불 중의 하나가 아니라 100만 촛불과 한몸이 된 크나큰 자기 존재를 느끼며 위대한 주권자로서의 존엄을 되찾고 있습니다.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장엄하고 

아름다운 100만 촛불의 시민혁명으로 

추락한 국격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100만 촛불 중의 하나가 아니라 

100만 촛불과 한몸이 된 크나큰 

존재가 되어 존엄을 되찾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정점 앞에서  

이 겨울날에도 전국 각지에서 수백 만이 촛불을 들고 나서는 분노의 밑바닥에는 숨은 심층의 동력이 있습니다. 역사의 눈으로 보면, 박근혜 최순실은 영화에서 말하는 '맥거핀', 미끼용 표적과 같은 것입니다. 그 표적을 쫓아가게 해놓고 결국엔 전혀 다른 진실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죠.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인간 해방과 사회 진보를 파생시킨 산업혁명과 200여 년 동안 진화해온 자본주의, 그러나 이제 성장이 끝난 자본주의와 무기력해진 대의민주주의는 정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동서양 지리정치의 문명사적 전환의 눈동자인 한국에서, 이 혁명적 사태가 폭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급속히 진행되어온 불평등의 양극화라는 사회경제적 모순과 다수 시민들의 첨예하고 현대화된 삶의 고통이 오늘의 이 정치적 반란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조기은퇴와 좋은 일자리의 감소, 노동인권 악화와 실질 소득 감소, 사회 구조악과 부정부패라는 현실에 반해, 모두가 고학력이 되고 세계 변화흐름과 문화적 안목과 집단지성을 갖춘 사람. 이렇게 '진화한 사람'과 '낡아진 체제'의 격차가 지각판처럼 충돌하며 촛불 시민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두 개의 요구 '하야'와 '공정'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이념과 지역과 세대와 계층으로 나뉘어있던 국민 95%가 단숨에 사상통일, 좌우연대, 국민대통합을 이루어 '두 개의 요구’를 하나의 함성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하야'와 '공정'. 하야는 다 아시는 것이고, 문제는 하야 그 다음입니다. 우리는 30년 만에 일어난 이 혁명의 시간, 100만 촛불의 시민혁명이 퇴보하지 않도록 단단한 고원의 진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것은 민주국가의 본질이며 민주주의의 실체이기도 한 'Fair & Care', '공정과 복지'입니다. 정치의 본질은 분배입니다. 더 많이 가진 자의 것을 가져다 더 적게 가진 다수에게 나누어주는 것, 소수에게 독점된 부와 권력을 나누고 순환시켜 윤택하게 꽃피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촛불 시민혁명은 반드시 새로운 민주정부를 세움으로써 그 결실을 맺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혁명적 요구를 쟁취하는 것입니다. 공정 사회, 민생 향상, 노동 인권, 남북 화해, 생태 보존, 일상 안전, 지역 균형, 농촌 살리기, 생활 문화의 진보 등으로 나아가는 기본 토대인 'Fair & Care', '공정과 복지'를 확고히 이루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민주정부를 통해 가장 단순하고 본질적인 복지인 ‘기본소득제’를 확실히 쟁취해내야 합니다. (박수)



촛불의 숨은 동력은 거대한 불평등과 양극화의 분노 

문제는 하야 그 다음, 100만 촛불의 혁명적 요구를

'Fair & Care', '공정과 복지'로 끈질기게 쟁취해 나가야



현대사에 주어진 '세 번째 기회'

이 과정은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 기득권의 편입니다. 이 나라 기득권 세력의 뿌리는 너무도 깊고 그들의 통치 역량은 강력합니다. 해방 이후 70여 년 중 그들은 무려 60년 동안 권력을 장악해왔습니다. 조선 이조 때까지 거슬러 가면 그 뿌리는 수백 년입니다. 민주정부는 겨우 10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적 실패의 교훈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인간 해방과 노동 해방의 혁명 하나에 생을 걸고 전력투구해온지 40년이 되어갑니다. 저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1979년 박정희가 총에 맞아 죽고 1980년 봄, 청년 학생들의 집회 시위가 서울역 광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김종필 3김이 서로 분열된 틈을 타 전두환·노태우의 쿠데타가 벌어졌고, 5.18 광주 학살로 피의 강을 이루며 또다시 군사독재가 집권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광화문을 가득 채운 청년들과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격했고, 우리는 곧 승리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 양김이 분열되고 민주화 운동권도 분열되면서 6월항쟁의 피어린 열매는 또다시 노태우 군사독재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현대사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세 번째 기회'의 순간입니다. 



한순간에 판을 뒤흔드는 것은 촛불의 힘

그러나 지금 양상은 6월항쟁과 6.29선언 이후, 그때와 평행이론처럼 비슷합니다. 아마 지리한 검찰 수사와 탄핵 정국, 개헌 논의와 정계 개편이 벌어지면서, 옛 민자당의 3당 야합처럼 야권 일부와 이명박 세력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야합하는, 제3지대를 통한 중도 보수의 재집권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기문, 손학규, 김종인, 안철수 누가 나설지 모릅니다. 보수는 박근혜를 잘라내고 새롭게 결집하고 야권은 분열되어 정권교체는 또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힘'은 큽니다.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 군부, 방송과 언론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장악됩니다. 언제든 전쟁의 긴장감으로 안보위기를 조성하거나 경제위기를 과대하게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마치 혁명 방송처럼 박근혜와 최순실을 공격하고 있는 종편과 보수 언론도 점차 등을 돌리고 문재인과 이재명 등 민주 진보 인사에 대한 공격에 돌입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한 달간 경험해왔습니다. 어떤 간교한 정치공학도 깨뜨리며 한순간에 판을 뒤흔들어버리는 힘, 그 모든 향배를 바꿔버리는 힘은 바로 주권자인 100만 촛불 시민의 힘입니다. (박수) 그리고 결과가 어찌 되든 우리는 이미 승리했습니다. 



결과가 어찌 되든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저는 참담하고 분노하는 마음이면서도, 한편으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1+1대통령에게(웃음) 감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70여 년 동안 한국 사회 각계 구석구석에 깊게 뿌리박은 경제성장 제일주의, 극우반공주의, 남북대결주의, 지역분열주의, 재벌과의 정경유착, 친일 독재 세력, 부정부패 세력 등 '박정희 신화'와 그 숨은 구조악의 실체를 한꺼번에 드러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거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를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둘째, 거짓과 불의와 악은 진실과 정의와 선을 이길 수 없다는 승리의 경험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100만 촛불의 시민혁명을 겪으면서 우리는 대통령이건 장관이건 검찰이건 국회의원이건 그들은 국민의 '지도자'가 아니라 주권자인 나의 '대리인, 고용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 누구도 국민의 단결된 힘을 이길 수 없다는 '직접 민주주의'의 힘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셋째, 보수 기득권 세력을 정리하여 합리적인 보수, 보수다운 보수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가장 급진적이지만 가장 보수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미덕, 자급자족하는 농촌, 인간에 대한 예의, 권리 이전에 도리, 이런 점에서 저는 꼴보수입니다.(웃음) 한국의 보수가 올바른 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워지는 것은 사회 전체로 보면 진보입니다. 보수에 대해서도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십시오.(박수) 그러나 보수 기득권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새로워질 수 없습니다. 진보의 강력한 도전과 노동자 민중의 압력 속에서만 조금씩 양보하고 변해갈 뿐입니다. 우리 사회 진보를 위해서도 올바른 보수가 필요합니다. 정치는, 대적하는 상대의 수준에 따라서 자기 수준이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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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서 자유의 공기, 혁명의 공기를 호흡했던 중고등학생들 ⓒ나눔문화


미래 30년을 이끌어갈 혁명의 아이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이 촛불의 광장에서 자유의 공기, 혁명의 공기를 호흡했습니다. 사실 지난 10년간 저에겐 가슴에 돌이 얹힌 듯 깊은 근심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베 현상'입니다. 초등학생들부터 20대 청년들까지, 양극화의 고통과 좌절감을 약자에 대한 폭력, 여성에 대한 혐오, 민주 진보에 대한 냉소로 쏟아내며 수백 만명의 감각과 정서가 원초적 폭력성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노심초사하며 노력해왔습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찍은 20대가 무려 33.7%입니다. 30, 40대보다 더 보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지율 0%로 역전된 것입니다. (박수) 이제 초등학생과 중고생조차 정치학 박사, 민주주의 박사, 역사학 박사, 헌법 박사, 미용과 성형 박사가 (웃음) 되었습니다. 공동선과 정의의 역사 현장인 광화문 광장은 '혁명의 학교'입니다. 개인으로 흩어져 교실 수용소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이 역사의 현장에서 집단적인 세대 체험을 하면서, 역사적 인간으로서의 자기 삶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한국 사회의 향후 30년을 이끌어갈 건강하고 새로운 주체 세대를 형성해낸 것입니다. (박수) 이것이 박근혜, 최순실이 좌절 속에 안겨준 희망의 선물입니다. 아버지 박정희는 '한강의 기적'을, 따님 박근혜는 '광화문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역사의 무대에 올려진 박근혜의 슬픈 배역일지 모릅니다. 어느 누가 이런 역사적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겠습니까. (박수) 우리의 촛불 혁명은 ‘역사의 조명탄’이 되어 쏘아 올려졌습니다. 한국 사회는 2016년 촛불 혁명 이전과 이후로 지각 변동될 것입니다. 



공동선과 정의의 역사 현장인 광화문은 '혁명의 학교'

촛불의 광장에서 자유와 혁명의 공기를 호흡한 아이들 

향후 30년을 이끌어갈 건강하고 새로운 주체의 탄생



목적이 살아 있는 과정의 길로

그런데, 이번 촛불 시민혁명이 성공한다 해도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본질적 문제가 다가옵니다. 진정한 혁명은 언제나 '안과 밖의 동시혁명'입니다. 앞서 말한 공정과 복지도 실은 삶의 조건이고 수단입니다. 돈과 권력, 지위와 명성이 삶의 모든 것인양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서, 나는 작고 눈에 띄지도 않고 무력한 존재로 느껴질지라도 인간은 사회적 존재보다 훨씬 큽니다. 사회보다 더 큰 세상, 더 중요한 삶이라는 목적에서 보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훨씬 크고 간절하고 고귀한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삶, 좋은 삶입니다. 그러나 공정과 복지를 통해 확보한 물질 소득과 기회가 저절로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내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박근혜와 최순실, 정유라에게서 보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나라 공동체의 돈과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추악한 삶과 천박한 인격의 민낯이 아닙니까. 좋은 삶이라는 목적, 진정한 나를 찾아 나답게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을 위해 우리는 꼭 필요한 정도의 수단과 조건만 취하면 충분합니다. 70억 지구인류시대의 정량을 넘어서는 풍요는 죄일 수 있습니다. 가능한 자급자족하며 계절이 안겨주는 기쁨들을 맛보면서 더 건강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우애를 나누고 적은 소유로도 기품 있게 살아가는 것. 나쁜 사회 속에서도 내가 먼저 원칙과 양심을 지키면서 그 삶의 힘으로 불의와 거짓에 저항하고 공정과 복지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좋은 삶의 공동체, 참사람의 숲을 이뤄가는 것. '삶의 정치' 주체로서 촛불을 든 우리의 저항은, 이러한 '목적이 살아 있는 과정'의 길이어야 할 것입니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논어』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공이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문정問政,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공자가 말합니다. "첫째가 족식足食, 풍족하게 먹이는 것이다. 둘째가 족병足兵, 군사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셋째가 민신지의民信之矣, 민의 믿음을 얻는 것이다." 다시 자공이 묻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줄여야 하겠습니까?" 공자가 답합니다. "먼저 족병을 줄여야 한다. 그 다음이 족식이다.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민신이다. 민의 신망을 잃어버리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모든 인간사의 근본은 신뢰입니다. 믿음을 잃어버리면 그가 이룬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맙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이 슬픔과 분노 또한 국가도 사회도 정치도 믿을 것이 없다는 허탈감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후원모임 초대장에 '나눔문화는 신뢰, 사람, 희망입니다'라고 새겼습니다. 나눔문화는 그렇게 살아왔고, 또 한결같이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신뢰는 모든 일의 토대이자 관계의 근본입니다. 사람 속에 들어있고 사람에서 시작됩니다. 사람은 희망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간절한 자가 이깁니다, 끈질긴 자가 이깁니다

이제 16살의 나눔문화입니다. 나눔문화가 새로운 사상과 삶의 혁명을 지향하면서, 원칙을 지키며 나아가다 보니 좀 답답하시죠? (웃음) 그러려니~ 하고 믿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눔과 함께 10년이 가고 30년이 가고 50년이 가고 어느 날엔가 '나눔과 함께 걸어온 내 인생이 참으로 좋았다'하는 날이 올 것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박수) 내년에 세계 정세도 경제 사정도 또 우리 살림살이도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갈수록 더 힘든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정치적 상황도 어떻게 돌변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왔고 그래도 우리는 죽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이 싸움은 누가 먼저 지치는가의 싸움입니다. 그리~ 하야! (웃음) 끈질긴 자가 이깁니다. 간절한 자가 이깁니다. 진실한 자가 이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멀리 앞을 보는 사람은 정의롭고 진실로 용기 있는 사람은 자애롭습니다.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이 어려운 시절을 함께 손잡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못난 이야기 너그러운 마음으로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 한편 바치겠습니다.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갈 테니 



시 박노해 




겨울이 오고 또 어둠이 와도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간다 

대지에 씨 뿌리면 우리는 살아간다


갈수록 세계가 위험해진다 해도 

갈수록 사회가 나빠져간다 해도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살아왔으니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 

조용한 시간 미래가 걸어오는 소리  

촛불을 든 희망 하나 걸어오는 소리 


선하고 의로운 이는 아직 죽지 않았고 

나 하나 시작하면 무언가 살아나고 

이렇게 우리 사랑은 끝이 없으니 


그러니 용기를 내자 

겨울이 오고 또 어둠이 와도 

언 손 맞잡고 봄을 부르자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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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6년 11-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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