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2_lee01.jpg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군 유해 송환과 미사일 시험장 폐쇄 등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 정부는 다가올 8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눔문화는 7월 23일 한반도 평화 국면의 전 과정과 그 내막을 짚어낼 수 있는 북한 전문가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만났습니다. ‘북한 사람보다 북한을 더 잘 아는 전문가’로 불린 그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설계자 중 한 명입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내며 판문점 선언의 모태인 2007년 10.4공동선언을 성사시킨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자문하며 국민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2010년, 나눔문화 강연으로 인연이 된 이종석 위원과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정리 | 김재현 사회행동팀장, 임소희 나눔문화 이사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약력>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2013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07~현재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단 2007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2006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2003

김대중 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01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1994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1993

성균관대 행정학과 학사 1984


20180802_lee02.jpg

7월 23일,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임소희 나눔문화 이사장에게 한반도 평화 국면의 전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종석 수석연구위원.



Q.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설계자로서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을 남다르게 보셨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설레였어요. 평생을 ‘분단 극복’이라는 일념을 갖고 살면서 그것이 실현될 날이 오기를 열망해왔죠. 그런데 그 순간이 찾아왔어요. 2000년,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도 감동적이었지만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 거라는 확신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기 때문이죠.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냉전체제의 본질은 ‘두 개의 갈등 축’에 있어요. 남북 대결과 북미 대결입니다. 지금까지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대결을 해소하고 또 그 합의로 북미 관계 개선을 유도했죠. 그럼에도 북미 적대 관계가 유지됐고, 다시 남북 관계가 얼어붙는 악순환에 빠졌어요. “과연 ‘두 개의 갈등 축’이 동시에 해소되는 날이 올까?” 묻곤 했는데, 이렇게 올 줄은 몰랐죠.


Q. 정상회담 이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과거에 찾아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났죠. 우선 북한이 조건 없이 조치를 취했어요.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쇄, 미국인 억류자 석방, 한국전쟁 미군 유해 송환, 그리고 한미군사훈련 용인까지. 이 중 하나라도 이뤄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촛불혁명’으로부터 시작된 평화 국면


Q. 한반도 평화국면이 정말 기적처럼 찾아온 것 같습니다.

남·북·미 세 나라의 결정 과정을 보면 정말 절묘합니다. 우선 한국의 촛불혁명이 근원적인 바탕이 되었죠. 대북 적대 정책을 지속하던 박근혜가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끝없이 남북 대화를 제안했고,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마중물’로 만들겠다고 했죠. 그리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최소 1~2년 전에 비핵화 계획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2013년에는 경제개방을 공식화했고, 북한 전역에 외자 유치가 가능한 경제개발구 22개를 새로 지정했어요. 2014년 계획된 원산개발계획에 따라 지금 원산-갈마 지구에 외국인 관광 리조트 단지가 건설되고 있어요. 모두 제재 해제를 전제로 둔 계획이죠. 그리고 오래전부터 북한의 <로동신문>의 화두가 경제였어요. 북한은 경제가 고도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 요소를 갖고 있어요. 평화가 정착되면 북한은 10~20년간 매년 15%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Q. 북미 대화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본질은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료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폭탄과 미국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ICBM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트럼프가 저렇게 나올까요? 안 나오죠. 제가 참여정부에서 일할 때 미국 정부 측에 ‘북핵 문제가 정말 시급하다. 북한 인권 문제 이전에 핵부터 해결하자’고 했더니, 미국 사람들은 ‘인권 문제도 핵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했어요. 당시만 해도 북핵으로 미국 본토가 타격받을 일은 없었기 때문이죠.


Q.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뀐 결정적 순간이 있을까요?

작년 11월, 북한이 화성 15형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 한 후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죠.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이 국면을 전환하며 ‘협상에 나오려는 것 같다’고 판단했지만, 미국은 군사적 제재를 고려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정부 예측대로 북한이 대화에 나왔죠. 그때부터 미국 정부가 우리를 신뢰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리핑한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결정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역시 북한을 신뢰하게 됐어요. 미국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들은 이야기,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이야기 등 여러 상황을 놓고 북한이 번영을 위해 나왔다는 말을 믿게 된 것이죠. 이렇듯 일련의 과정을 보면 천운天運이었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노력하고 있으면 때가 오는 것 아닌가, 정말 고마운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20180802_lee03.jpg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이 1962년 <로동신문> 창간호부터 모아온 스크랩 북.



이미 ‘정상국가’ 준비가 되어 있던 북한


Q.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셨습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에게 설득되어 수동적으로 남북협력을 결단했어요. 못 살아도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모델이었죠.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먼저 결단하고 대화를 제의했어요. 못 먹고 못 사는 나라를 참을 수 없고, 잘 먹고 잘사는 북한을 원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볼게요. 밖으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아무리 책상에 앉혀도 공부가 되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오늘부터 공부할 거예요”하고 앉으면 달라지잖아요^^ 지금 김 위원장은 머리띠 묶고 나온 거죠. 그리고 김 위원장은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 애씁니다. 최근 남북-북미 대화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는데, 예전이었으면 판을 깼습니다. 그런데도 유해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잖아요. 남북대화를 표명한 신년사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군사도발이 없었어요. 이런 점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하게 된 기초가 된 것 같습니다.


Q. 판문점 선언 만찬에도 참여하셨는데, 실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판문점 선언 전에, 대북 특사단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어요. 4시간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만찬을 했는데 혹시 나이 차이를 못 느꼈는지 말이죠. 왜냐하면 젊은 지도자이기 때문에 치기 어린 말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느낌을 못 받았대요. 저 역시 직접 옆에서 보니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죠. 사진으로 보던 비대한 모습이 덜 느껴졌고 악수할 때는 보통 사람의 따뜻한 손이었고요. 



미국의 잘못된 대북협상 전략


Q.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 들고나온 ‘All in One’ 전략 때문이었어요. 그는 비핵화 완결과 체제 안전 보장을 한 방에 해결하겠다고 장담했죠. 그래서 미국 내에 신속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협상에 들어가니 트럼프 대통령도 ‘All in One’ 방식이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어요. 게다가 북미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다 보니 여론이 나빠졌죠.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합의 내용은 훌륭합니다. 평화 번영과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 등 크게 세 가지 내용인데, 역사적 합의를 이뤄낸 것이에요.


Q. 그런데 최근에는 북미 관계가 큰 진척이 없어 보입니다. 

‘종전선언’ 때문이에요. 폼페이오 장관이 이끄는 미국협상단은 북한이 제안한 조기 종전선언을 귓등으로 들은 것 같아요. 미국은 비핵화 완결 전에 성사되는 종전선언이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 제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미국이 틀렸습니다. 종전선언은 “전쟁은 끝났다”는 정치적 선언일 뿐이에요. 강제력이 있는 평화협정이 아니에요. 또 하나는 미국의 월남, 중동 전쟁 경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당시 종전선언은 곧 평화협정으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그 나라들은 종전선언 직전까지 전쟁하고 있었고 우리는 전쟁을 중단한 지 65년이나 지났어요. 완전히 상황이 달라요. 이렇듯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을 향한 입구이지 출구가 아닙니다.


Q. 평소 종전선언은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길 것이기 때문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 명분을 보다 확실히 얻고 싶어해요. 전쟁이 끝났으니 더 이상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인민들에게 선포하고 싶은 것이죠. 북한 내부의 비핵화 동력은 훨씬 강해지겠죠.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을 협상 카드로 쓸 것이 아니라 장려해야 합니다. 만일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대북제재를 카드로 쓰면 충분합니다. 북한에 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은 오직 ‘대북제재’와 ‘북미수교’ 둘뿐입니다. 미국은 협상 전략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항구적 평화’의 길

비핵화 과정에서 수많은 고초를 겪게 되겠지만

결코 과거로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Q. 어렵게 만든 비핵화 합의가 깨질 가능성도 있을까요? 

많이들 불안해하시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핵이나 ICBM 발사 실험을 하지 않는 한 상황이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요. 그럴 경우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입장을 유지하면 미국은 북한에 추가 제재를 할 수 없어요. 게다가 중국이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좋아할 상황이 아니죠. 김정은 위원장도 평화협정이 다급한 입장입니다. 이미 4월에 국가 노선을 핵 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 집중으로 바꿨습니다. 또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를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해요. 이렇듯 이 국면은 견고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여론 컨트롤이 중요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Q. 남북교류가 더 빨리 시작되길 바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서두르고 싶죠. 가을에 예정된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에 더 많은 합의가 있으려면 그때까지 민생분야의 대북제재라도 해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판문점 선언은 역사적 선언이기는 하지만 불완전한 선언이에요. 기승전결의 ‘전’에서 끝났어요. 대북제재 때문에 교류협력, 남북경협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어요. 바로 이 부분을 다음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해요. 그래도 큰 틀로 볼 때 길게 가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평화가 아닌 완전한 평화이기 때문이죠. 


Q. 평화의 시대를 살아갈 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연구소에 제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구소가 없어질 뻔했어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는 오랜 적폐에서 비롯됐습니다. 친일파가 권력을 잡고 옳은 말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았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평화와 안전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에 한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46cec26fcfa349b303f5859ffa43f034.jpg
         위 글은 나눔문화 격월간 회원소식지
        <나누는 사람들> 2018년 7-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눔문화 후원회원에게 전해지는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문화의 활동 소식과 우리 시대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9 팔레스타인 박노해 팔레스타인 사진전 도슨트, 반가운 꼬마 손님... 나눔문화 2018.08.12 67
1238 기타 방글라데시의 학생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 나눔문화 2018.08.12 47
1237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실탄 진압으로 팔레스타인 2명 사망, 240여... 나눔문화 2018.08.12 81
1236 기타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미국으로 강제 송... 나눔문화 2018.08.05 120
1235 기타 난민, 두려움에 감춰진 진실들 나눔문화 2018.08.02 109
» 한반도 평화 [한반도 평화 특별 인터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나눔문화 2018.08.02 196
1233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의 17살 운동가 '아헤드 타미미' 석방을 ... 나눔문화 2018.07.29 135
1232 중동-아프리카 예멘, 지구에서 가장 비참한 땅 나눔문화 2018.07.28 199
1231 기타 라오스 댐 붕괴 사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나눔문화 2018.07.28 293
1230 기타 6.20 '세계 난민의 날', 지구 위를 떠도는 거대한 눈... [1] 나눔문화 2018.06.15 1453
1229 기타 리오넬 메시, 이스라엘-아르헨티나 평가전 보이콧 나눔문화 2018.06.14 682
1228 한반도 평화 [남북경협 특별 인터뷰]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 나눔문화 2018.06.14 977
XE Login
나눔문화 후원회원님께서는 로그인 하시면
회원정보수정, 후원금영수증 발급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없이도 사이트 이용과 글쓰기는 가능합니다.
자세한 안내 보기


후원회원 ID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