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가 있다 / 일도 안 풀리고 작품도 안 되고 / 울적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을 때 / 툭, 머리통에 꿀밤 한 대 / 아프다 나도 한 성질 있다 / 언제까지 내가 동네북이냐 / 밤나무를 발로 퍽 찼더니 / 후두두둑 수백 개의 밤톨에 몰매를 맞았다 / 울상으로 밤나무를 올려봤더니 / 쩍 벌어진 털복숭이들이 하하하 웃고 있다 / 나도 피식 하하하 따라 웃어 버렸다 / 매 값으로 토실한 알밤을 주머니 가득 담으며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 나는 네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살아나온 그 마음을 안다 / 시퍼런 침묵의 시간 속에 해와 달을 품고 / 어떻게 살아오고 무엇으로 익어온 줄 안다 / 이 외진 산비탈에서 최선을 다해온 네 마음을

박노해의 숨고르기 밤나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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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가 있다 

일도 안 풀리고 작품도 안 되고 

울적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을 때 

툭, 머리통에 꿀밤 한 대 

아프다 나도 한 성질 있다 

언제까지 내가 동네북이냐 

밤나무를 발로 퍽 찼더니 

후두두둑 수백 개의 밤톨에 몰매를 맞았다 

울상으로 밤나무를 올려봤더니 

쩍 벌어진 털복숭이들이 하하하 웃고 있다 

나도 피식 하하하 따라 웃어 버렸다 

매 값으로 토실한 알밤을 주머니 가득 담으며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나는 네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살아나온 그 마음을 안다 

시퍼런 침묵의 시간 속에 해와 달을 품고  

어떻게 살아오고 무엇으로 익어온 줄 안다  

이 외진 산비탈에서 최선을 다해온 네 마음을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밤나무 아래서'






댓글 '1'

김창완

_ 2017.09.12 12:54
왠지 모르게 마음 깊숙히 와닿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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