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문화가 지난 2003년에 설립한 <나누는 학교> 아이들은 13년째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아이들에게 텃밭은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최고의 놀이터이자 배움터입니다.

처음 텃밭 농사를 시작했을 때“흙 밟아도 돼요?”,“지렁이가 안 물어요?”

무서워했던 아이들은 농사짓고, 직접 기른 채소로 밥상을 차려 먹으면서,

땀 흘려 일하는 보람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왔습니다.

2011년엔 토종옥수수를 심으면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나라‘토종씨앗 지키기’에 도전했는데요

“토종씨앗은 맛있다”,“토종씨앗은 정성이다 ”,“토종씨앗은 생명이다”

아이들의 생각은 무르익어갔지만, 실제로 씨앗을 다시 거두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씩씩하게, 토종씨앗을 지켜나가는 <나누는 학교> 어린 농부들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그 많던 토종씨앗은 어디로 갔나
올해 농사 계획을 세우던 날, 아이들과 제일 먼저 꺼내본 건 ‘토종씨앗 꾸러미’입니다.

6년 전 처음 심었던 ‘검정찰옥수수’부터 강원도 할머님을 찾아가 나눠 받은

‘들깨, 쥐눈이콩, 목화, 땅콩, 파란콩, 까만콩, 어금니동부, 가래팥, 빨간팥, 연두콩’과

맛난 김장재료 ‘구억배추’까지 12가지나 되었는데요.

“어? 근데 왜 이렇게 양이 적지?”

“할머니들이 한 주먹씩 주셨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열심히 심긴 했는데, 수확까지 성공한 작물은 몇 개 안 되었습니다.

재작년에는 고라니가 잎을 먹어서, 작년에는 무더위와 가뭄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지

“쌤~ 씨앗 심어서 열매까지 기르는 거 너무 어려워요. 그냥 모종 사서 심을까요?"

“씨앗 남긴다고 좋은 건 다 빼고, 우린 맘껏 먹지도 못했는데 ㅠㅠ”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이 옥수수는 진짜 맛있는데…”

“목화는 꽃도 두 가지 색이라 이쁘고, 솜도 나오고, 꼭 심고 싶어요^^”

그래서 토종씨앗을 지켜가고 있는 농부님들을 찾아가 지혜를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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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빌려주는 도서관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홍성 씨앗도서관’. 채종포를 운영하며 지역의 씨앗들을 지키고

농사법과 채종법을 연구하고 씨앗에 얽힌 이야기까지 기록하는 곳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실 거란 아이들의 예상을 깨고 젊은 여성 농부 문수영, 전봄이님이 나타나셔서

아이들은 더 편하게 궁금한 것들을 묻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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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안녕하세요! 여기 진짜 도서관 맞나요? 책은 안 보이고 밭만 엄청 큰데요?
농부님: 네, 여긴 책을 빌려주듯 씨앗을 빌려주고 있어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직접 심고 길러온 씨앗을 수집하여 5~60가지 정도를 빌려드리고 있어요.  
아이들: 와~ 엄청 많네요! 그걸 어떻게 다 샀어요?
농부님: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이 동네 할머님들께 나눠받았답니다. 
아이들: 아~ 저희도 처음에 할머니들께 토종씨앗을 받아서 농사를 지었거든요,

           근데 농사를 망쳐서 ㅠㅠ 이젠 씨앗이 얼마 없어요.
농부님: 그래서 저희가 씨앗을 빌려주는 일을 시작한 거에요.

            토종씨앗을 남기기는 워낙 쉽지 않은 일이라 더 여러 곳에서 시도해야 하거든요.



매년 심어야 살아남는 씨앗
아이들: 만약에 씨앗을 빌려 갔는데, 농사가 안 돼서 다 썩으면 어떡해요?  대신 돈을 내야 하나요?
농부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빌려주기 때문에 가격이 정해져 있는건 아니에요.

            대신, 씨앗을 빌려가는 분들은 씨앗도서관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지켜질 수 있도록

            후원회비를 내고 있답니다. 돈을 받고 씨앗을 파는 건 종자회사에요.

            이건 종자회사에서 파는 배추 씨앗인데 색깔이 파랗죠?

            원래 배추 씨앗은 갈색이에요. 왜 색이 달라졌을까요?
아이들: 너무 작아서 잘 보이라고? 예쁘게 기분좋게?
농부님: 이건 약을 바른 거에요. 살충제에요.
아이들: 오오~ 그럼 농사 잘되겠네요? 
농부님: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 있는 씨앗 대신 파는 씨앗을 사서 심었고,

           원래 있던 다양한 씨앗들은 밭에 심어지지 못하고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그냥 종자회사 씨앗을 심으면 되잖아요.
농부님: 그러면 나중에 씨앗 값이 올라도 어쩔 수 없이 사서 써야만 되죠.

            무엇보다 종자회사 씨앗들은 다시 심었을 때 씨앗이 제대로 달리지 않아요.

            꼬투리는 있는데 씨앗이 없거나, 씨앗을 받아 이듬해 뿌렸는데 모양이 다르게 나기도 하고.
아이들: 헉! 그럼 그런 걸 우리가 먹어도 되는 거에요?



밥상 위에 올라오는 씨앗
농부님: 저도 그것이 걱정되어 건강한 우리 씨앗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씨앗이 자라 내 밥상에 올라오는 거니까요.
아이들: 아~ 옥수수 씨알이 팝콘이 되는 것처럼요?
농부님: 맞아요! 마트에서 반찬이나 채소 등을 매일 사는데,

            원산지가 적혀 있어도 어떤 씨앗으로 누가 농사지었는진 알 수 없잖아요.
            ‘건강한 밥상을 위해서 건강한 씨앗이 필요하구나’ 생각했죠.
아이들: 그래서 농부가 되기로 하신 거에요?
농부님: 아직은 농부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씨앗을 다시 받아내는 농사를 짓고 싶어요.

아이들: 잠깐 밭일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농부가 꿈이라고요?
농부님: 할머님들이 평생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씨앗이 살아남을 수 있었잖아요. 할머니들의 일생이 감동이었어요.

            나도 씨앗을 지키고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우리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어린농부들
대화 후 아이들은 9가지 토종콩을 심었는데요.

콩알도 껍질도 파란 ‘파란콩’, 밤맛이 나는 ‘흰 밤콩’과 ‘검은 밤콩’, 쥐눈처럼 작은 ‘쥐눈이콩’,

메주 쑤는 ‘메주콩’, 서리를 맞아도 괜찮은 ‘서리태콩’, 잎이 다섯 장이라 ‘오갈피콩’,

지나가던 선비가 먹물 묻은 손으로 노란콩을 잡았다 놓아서 까만 무늬가 생겼다는 ‘선비잡이콩’까지.

콩 한 알 한 알에 담긴 사연도 너무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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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빨리 심으러 갑시다!”

“모자 어딨어요? 쓰고 나가야 햇빛 아래서도 끄떡없다구요”

삽을 들고 힘차게 걸어가, 땀을 뚝뚝 흘려가며 두둑과 고랑을 만들었는데요.

“밭이 딱딱하면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말에 레이크로 덩어리흙도 잘게 부숴주고,

낫으로 직접 풀을 베어 두둑 위에 덮어주기까지 했답니다.
“올해는 콩이 많이 달리면 좋겠다”

“고라니가 내려와서 잎을 다 먹어버리면 어쩌지?”

“밭 옆에서 텐트치고 지킬까?”

작은 씨앗 안에 밥상이 들어있고, 씨앗은 매년 땅에 심어질 때 생명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

토종씨앗을 지켜가면서 아이들도 한 뼘 더 자라나게 될 겁니다.

토종씨앗 같은 아이들을 늘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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